3조넘는 채권발행에도 배당상승
한화생명 배당 성향 10%p 급증

<자료=각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연말 배당시즌이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이 빚내서 벌이는 배당잔치가 내년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해 대형 보험사들은 ‘빚잔치’ 속에서도 여전히 배당을 늘렸다. 새로운 회계 및 감독규정 개정을 대비해 돈을 빌려놓고도 내부 유보보다는 주주를 위한 배당을 우선하는 모양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자본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조원 가량이 한화·교보생명 및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에서 이뤄졌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이 각각 5000억원, 교보생명 약 5500억원(외화), DB손보 4990억원 등이다.

문제는 이들 보험사가 대규모 빚을 내고도 주주를 위한 배당은 늘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들 대형 4개 보험사의 배당규모는 4729억원으로 전년동기인 3490억원 대비 35.5%(1239억원) 늘었다.

현대해상을 제외하면 배당성향도 전년대비 각각 상승했다. 특히 한화생명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8.0%로 전년동기였던 7.6% 대비 무려 10.4%포인트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과 DB손보도 16.9%, 21.8%의 배당성향을 기록하며 각각 1.95%포인트, 1.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이 같은 배당 확대 경향이 내년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만 3조2000억원에 달한다. 모두 5년 콜옵션에 평균 조달금리 4.8%다. 제도 도입 시점인 2021년 이전까지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규모는 매해 3조~4조원 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한화생명은 약 1조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교보생명도 1조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다 금리 문제로 조달을 포기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께에 다시 도전할 것이 점쳐진다. 현대해상도 후순위채 2500억원, 신종자본증권 1900억원을 각각 발행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자본조달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것도 부담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높아 역마진 효과가 크다. 이자비용도 보험사마다 장기채권 등의 투자로 헷징을 한다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당기순이익에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다.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조달비용에 영향을 주는 미 국채금리 상승도 예견되고 있다. 주주이익을 위해 무작정 배당을 늘리기엔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배당으로 인한 주식가치 하락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배당성향을 더 낮추긴 어렵겠지만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오는 2022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IFRS17(신 회계기준)과 K-ICS(신 건전성 규제)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은 제도 도입 이후부터 현재 발행되는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콜옵션 등 자본의 상환촉진 유인이 있을 경우 K-ICS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을 구상 중이다. 제도도입 이전 시점에 발행해야 더 저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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