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만기도래 및 계열사 퇴직연금 중심 영업 ‘발목’
내년 RBC 당국 권고기준 하회 전망…“자본 확충 시급”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올해까지 자본 확충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 지급능력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이전에 발행했던 후순위채의 자본인정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퇴직연금에 대한 건전성 규제마저 강화된다. 내년 초부터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 밑으로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는 155.6%로 금융감독원의 권고기준(150%)을 턱걸이 했다. 지난 6월 6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직전분기였던 164.7% 대비 9.1%포인트 오히려 하락했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로 요구자본(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최대손실예상액)에 대한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본) 비율을 나타낸다. 금감원에서는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이하일 경우 적기시정조치에 들어간다.

업계는 올해 말까지 롯데손보가 적절한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을 크게 하향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내년에는 2015년과 2016년 발행했던 각 500억원, 400억원의 7년 만기 후순위채의 만기가 차례로 도래한다.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이내에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20%씩 차감된다. 이미 900억원의 후순위채는 올해 360억원만 가용자본으로 인정됐다. 내년에도 약 180억원의 가용자본 감소가 예상된다.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퇴직연금 자산도 발목을 잡는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손보의 총 자산은 13조3968억원으로 이 가운데 44.9%(6조200억원)가 퇴직연금 자산이다. 퇴직연금 자산에서 원리금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를 넘는다. 롯데 계열사의 퇴직연금 물량을 받으며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 결과다.

문제는 올 상반기부터 RBC비율 산출식에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적용비율은 2018년 6월 35%, 2019년 6월 70%, 2020년 6월 100% 등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위험반영에 대한 자체 영향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말 퇴직연금 리스크가 35%만 반영해도 RBC비율이 23.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올 상반기 기준 롯데손보의 요구자본(5404억원)으로 환산할 때 RBC 23.1% 감소는 약 1200억원 가량의 가용자본 손실로 해석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 퇴직연금 리스크를 70%까지 반영할 경우 막대한 가용자본 감소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 발행된 후순위채의 자본인정비율 감소에 퇴직연금 리스크 상향까지 겹치면 롯데손보의 내년도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을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손보는 자본 확충 방안으로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것이 점쳐진다. 이미 롯데손보는 지난달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실시한 보험금지급능력평가에서  ‘Baa1’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다만 보험사들은 최근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미루는 추세다.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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