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문화탐방
[응답하라, 우리술 104]막걸리에 상상력 보태는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평창올림픽 만찬주, ‘오희’ 로제와인 같지만 오미자로 빚은 막걸리
김승호 편집위원  |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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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8  16: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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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공략할 새로운 막걸리 만들기 위해 맥주용 홉 농사도 시작

   
▲ 막걸리 유통업으로 출발해 문경의 특산품으로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는 문경주조의 홍승희 대표. 사진은 항아리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문희’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발효과정을 확인하는 모습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로제와인인가 싶었다.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 그런데 투명한 핑크빛의 술은 와인이 아니라 막걸리란다. 누룩을 사용했고, 고두밥을 지어 두 번의 덧술을 보태 90일 가량 발효 숙성을 시켰으니 당연히 프리미엄 막걸리다. 그런데 술의 관능은 여지없이 와인이다. 잘 만들어진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과일향까지 지녔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샴페인처럼 영롱한 기포들이 줄지어 피어오르는 게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면 그렇게 알고 마실 듯싶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던 문경주조의 ‘오희’를 마시면서 든 여러 생각 중 하나다. 섬유질로 인해 탁하고, 쌀로 빚었기에 막걸리는 하얗다는 생각은 나의 편견이었다. 그래서 오희는 막걸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승희 문경주조 대표가 이 술을 기획한 것은 7년쯤 전 일이라 한다. 지역의 특산물인 오미자를 이용해 막걸리를 빚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뭔가 부족함을 느꼈단다. 섬유질을 빼고 맑은 술만 따라 마시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누룩향이 싫어서 막걸리를 외면하는 젊은이들도 증가하자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홍 대표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되 더 고급스러운 관능을 보여줄 수 있는 술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급스러운 비주얼은 청주와 약주처럼 술의 맑은 부분만 취하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홍 대표는 술에 탄산감을 주기로 한다. 1차 밑술을 막걸리와 똑같이 빚고 2차 덧술에서부터 고두밥과 전체 재료의 20%에 해당하는 오미자를 넣어 술의 빛깔을 핑크빛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완전 발효가 되기 직전 술을 병입해 숙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산을 발생시킨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술이 완성된 것은 지난해 연말. 그리고 몇 개월 뒤 이 술은 평창올림픽 만찬주로 선정된다. 언뜻 보면 만들자마자 큰 행사의 만찬주로 선정돼 신데렐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희는 홍 대표의 간난신고 끝에 완성된 그녀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 술을 겨울에만 빚을 생각이란다. 저온에서 3개월가량 발효숙성하면 술은 깊은 맛을 더하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겨울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가양주로 빚던 대부분의 전통명주들이 겨울에 빚어 명성을 떨친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 문경주조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및 프리미엄 막걸리. 사진 왼쪽부터 일반막걸리인 ‘구름에 벗삼아’, 오미자생막걸리, 3양주 방식으로 백일 숙성시키는 문희, 오미자 스파클링막걸리 ‘오희, 그리고 문희의 맑을 부분을 1년 이상 숙성시킨 ‘문희주’.

문경주조에서 내는 술은 총 5종이다. 지역의 쌀로 빚은 일반 막걸리인 ‘구름에 벗삼아’, 오미자를 넣어 만든 ‘오미자 막걸리’, 삼양주 방식으로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 ‘문희’, 그리고 ‘문희’의 맑은 부분을 따로 모아 1~2년 숙성시켜 내고 있는 ‘문희주’. 여기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가 더해지면서 문경주조의 라인업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란다. 홍 대표는 올 초 300주의 홉을 심었다. 막걸리 술도가에서 맥주를 빚을 때 사용하는 홉을 농사지은 것이다. 의아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는 막걸리와 맥주의 콜라보를 생각 중이란다. 즉 홉을 이용한 새로운 장르의 막걸리를 개발하겠다는 것. 이미 홍 대표는 오희의 원주에 홉을 침출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하루 정도 침출시킨 술을 시음하면서 느낀 생각은 은은하게 입혀진 홉향이 술을 부르는 맛으로 다가왔다. 문경주조의 술은 대체로 여성스럽다. 과하게 훅치고 들어오는 법이 없다. 달보드레하게 다가오는 이 술도가의 맛을 홉막걸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홍 대표는 일본 수출을 위한 새로운 술을 만들어야 한다. 오미자가 식품이 아니라 약용으로 분류되는 일본에서 판매할 수 있는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를 접한 일본 바이어들의 요구가 모아진 것이다. 

2년 전 처음 이 술도가를 찾았을 때 느낌은 지역 농산물(오미자와 쌀)을 이용해 좋은 술을 빚는 양조장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취재에선 우리 술에 고정관념을 깨준, 그리고 막걸리의 지평을 더욱 넓혀준 술도가로 기억되게 됐다. 문경주조를 찾아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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