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평가결과 제공‧내부심사모형 활용 가능

업계 “가맹점수수료 인하 상쇄할만한 실익 없어”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앞으로 카드사도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신용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카드업계는 빅데이터 활용 영역이 넓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상쇄할만한 실익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1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 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CB)’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 CB사는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의 특수성을 반영한 신용평가체계를 운영하는 신용평가사를 말한다.

금융사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정확한 위험관리가 어렵고 신용평가체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증, 담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은 실제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보다는 담보확보가 쉬운 부동산‧임대업자 위주로 진행된다. 지난해 기준 소상공인 대출의 82%가 보증‧담보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개인사업자의 4.3%에 불과한 부동산·임대업 대출비중도 30.0%에 이른다.

이에 금융위는 개인사업자 정보 공유 확대를 추진하며 자영업자 사정에 밝은 카드사에 개인사업자 CB업 겸업을 허용했다. 카드사는 가맹점별 상세 매출내역, 사업자 민원, 사고이력 정보와 같은 사업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카드사는 개인사업자 CB업에 진출해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결과를 은행 등 금융권에 제공하거나 자체 내부심사 모형에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카드사가 상거래관계 여부에 따라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CB사, 계열사의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영업행위 규제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의 전문성을 확보해 기존에는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던 소상공인에 대한 효율적 자분분배를 지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신용평가업 허용은 지난 7월 진행된 금융위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 보전방안으로 논의된 사안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빅데이터를 보유한 카드사에 신용평가업 진출을 허용해 주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으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카드사가 신용평가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카드업계와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는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빅데이터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 카드사는 다양한 빅데이터 신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용평가업 진출은 신용정보법 개정과 함께 진행돼 중장기 관점에서 빅데이터 활용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자 CB업에 진출해 얻는 수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평가업 진출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카드수수료 수입을 대체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보전안으로 신용평가업을 제시했지만 이를 통해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는 어렵다”며 “카드사에서 해당 데이터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내부심사에 활용해 리스크 비용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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