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시 사업성평가 토대 마련
주부·사회초년생도 ‘저금리’대출 길 열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최근 역 근처에 ‘IT전당포’ 라는 명칭의 대부업이 활개하고 있다. IT전당포란 자신의 핸드폰, 아이패드,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담보로 맡기면 소액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을 뜻한다.

IT전당포의 이자는 월 2.3%대로 10만원을 빌리면 한 달에 이자가 2300원이 붙지만 연체 발생 후 10일내 상환하지 못하면 담보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약정이 포함된 경우가 대다수다. IT기기만 있으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주 고객층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사회초년생들이다.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정책과 이한진 과장은 “IT전당포는 사회초년생 같은 금융이력 부족자들이 전자기기까지 맡겨가며 돈을 빌려야 하는 안타까운 금융의 이면을 보여준다”며 지난 21일 발표된 신용정보업 선진화 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를 수습하던 김대중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했다. 개인의 신용상태와 지급능력을 냉정히 분석해 발급돼야 할 신용카드가 길거리 모집원들에 의해 마구잡이식으로 남발됐고, 그 결과 2003년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가계부채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2003년까지만 해도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아 개인신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지표가 없었다.

이 과장은 “그 당시 신용정보원의 역할을 하던 곳이 은행연합회였는데 고객의 금융정보를 수집을 할 때 연체정보와 같은 부정적 정보만 수집했었다. 신용불량자를 판별해 은행의 리스크를 막는 데만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금융소외 계층의 발길은 사금융으로 향하게 됐다”며 “신용불량자만 차단하면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신용정보업 선진화 방안에 가장 의지를 보이는 부분은 개인사업자 CB업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는 총 663만명, 대출 규모는 598조원에 달하는데도 실제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보다는 담보확보가 용이한 부동산·임대업자에게 대부분의 대출이 집중돼있다.

이 과장은 “개인사업자가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면 사업자로서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없어 결국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담보가 없는 개인사업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사업성을 토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CB사와 통신료, 전기·가스료 납부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는 CB사를 신설해 ‘신 파일러(thin filer)’의 신용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신 파일러(Thin Filer)는 신용을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으로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없고 3년간 대출 실적이 없는 주부나 사회초년생들이 해당한다”며 “시중은행의 현행 신용등급평가 방식으로는 저금리 대출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신 CB업을 신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 신설되는 전문 CB사들은 개인의 금융정보를 불러오는 현재의 스크래핑 방식 대신 향후 구축될 통합 API를 이용해 개인 신용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 과장은 “지금의 스크래핑 방식은 내 정보가 어디까지 수집되는지 범위를 추정할 수 없어 보안에 아주 취약한 방식으로 향후 전문 CB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우려도 적지않다”며 “인증정보를 불러오는 스크래핑 방식은 유예기간 이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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