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지분9% 인수
금융투자업계 평가 ‘제각각’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국내 행동주의펀드인 KCGI가 한진칼의 지분 9%를 인수하며 한국형 행동주의펀드 역사의 서막이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유효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과도한 경영침해라는 부정적 평가 등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펀드인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갖고 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이로써 KCGI는 조양호 회장 일가(29%)에 이어 한진칼의 2대 주주가 됐다.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펀드다.

KCGI측은 경영권 장악 의도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KCGI 강성부 대표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어 KCGI가 향후 경영에 본격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KCGI의 이번 활동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이뤄진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행보여서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에선 주로 외국계 사모펀드만 주주행동주의를 펼쳐왔다.

지난 7월 국내 첫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나온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이 과도한 운용 보수를 챙겨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운용사 변경을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제안한 바 있다. 결국 주총에서는 안건이 부결됐지만 주주행동을 통해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성과보수 인하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행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가 경영 간섭과 경영권 위협에 나서면 기업의 경영활동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 투자기업의 대주주 및 경영진을 위협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이에 동의하며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과 같은 방어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고,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장치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행동주의펀드의 주 타겟층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대부분”이라면서 “단기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과거 SK랑 소버린 사례를 살펴보면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그 이후에도 SK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며 긍정적 효과를 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형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가 도입되며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됐고 사모펀드 제도 개편으로 사모펀드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타겟이 되기 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승계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다 대주주 지분율도 낮아 지배구조가 취약한 곳이 많다.

한편 금융감독원 통계상 지난 9월 말 기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530개로 사상 최대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말(110개) 대비 약 5배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출자 약정금액도 68조8203억원으로 2009년 말(20조원)보다 3배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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