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퇴직연금이 주 수입원…매각후 유지 불투명
“카드와 패키지 매각 아니면 인수후보 찾기 난망”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인수 주체로는 주요 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지만 손해보험만큼은 장기전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지원하던 퇴직연금이 주 수입원이었던 데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 부담도 크다는 점에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 계열 금융사의 인수 후보에 우리은행 및 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초 지수회사 전환으로 비은행 부문 확대가 필요한 우리은행과 BNK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 등이 꼽힌다.

우리은행은 현재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 7개 자회사를 보유 중이다. 금융지주 전환 시에도 은행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지방금융지주도 비은행수익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롯데카드의 자기자본은 2조1200억원으로 몸집이 크다. 인수가를 자기자본의 30~40% 수준으로만 고려해도 지방은행지주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결정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무리한 인수를 결정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롯데손해보험이다. 유력 인수후보인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의 인수를 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오는 2022년 도입이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보험사 매물이 많아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더 싸게 매입할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미다.

롯데손보의 수익원이 롯데그룹에서 가입한 퇴직연금 자산이란 점도 매각에 악영향이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손보의 총 자산은 13조3968억원으로 이 가운데 44.9%(6조200억원)가 퇴직연금 자산이다. 그간 롯데손보는 퇴직연금의 절반 이상을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해 조달해왔다. 롯데그룹이 매각 이후 시점까지 퇴직연금 가입을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자산은 올해부터 해가 지날수록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RBC)에서 위험 요소가 가중된다. 때문에 롯데손보를 인수하려는 곳에서는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준비와 더불어 퇴직연금까지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그간 롯데손보가 롯데그룹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자본을 유치해왔다는 점도 인수자에게 부담이다. 롯데손보는 201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채권발행으로 총 3600억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최근에는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Baa1’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이전에 발행했던 후순위채의 자본인정비율이 지속 차감되는 상황에서 더 비싼 비용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릴수록 금리비용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롯데카드와의 패키지 매각이 아니면 롯데손보 매각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롯데손보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곳도 없는 상황이다. 롯데손보의 지난 9월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3.1% 수준으로 국내 13개 손보사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주 수입원은 롯데계열사의 퇴직연금 자산인데 매각 후에는 유지가 불확실하다. 사실상 매각가는 손해보험업 라이센스 비용이 될 것”이라며 “점유율 상 당장 롯데손보 하나만 산다고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기도 어렵다. 롯데카드와의 패키지 매각이 아니라면 보험 쪽에서 인수 후보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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