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바다가 중요한 시대, 물동량 90%·통신량 95% 점유 조

선업·해양·서비스 관련 산업 발전위한 전문성 확보 시급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전 세계 물류의 90% 이상은 바다에서 이뤄진다. 화성에 탐사선이 착륙하고, 10여 년 뒤엔 유인 우주선이 화성을 향한다는 계획이 발표될 만큼 항공우주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세계는 여전히 바다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있다. 가장 경제적으로 물류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매일 10조 달러 이상의 금융거래와 전 세계 정보유통의 95%가 바다 밑에 깔려 있는 해저케이블에서 이뤄지고 있다. 즉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도 바다에 의존해 진행되고 있고, 각국의 금융시스템도 바다가 없으면 바로 올 스톱될 정도로 우리는 바다와 철저히 연결돼 있는 것이다.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된 삶이 비단 오늘날 시작된 일은 아니다. 지역 혹은 세계의 패권을 두고 벌어진 경쟁은 거의 바다에서 이뤄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다는 전쟁의 중심지였고, 경제적 터전이었다.  

플라톤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마치 “웅덩이 주위에 널린 개구리처럼” 번져나갔다고 말한다. 그 시절 에게해는 그리스인의 삶의 터전이었다. 에게해를 중심으로 흑해와 지중해로 뻗어나가던 그리스는 지역의 패권을 두고 트로이, 페르시아 등과 차례로 전쟁을 벌인다. 이유는 경제였다. 지중해를 자신의 내해로 만들어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도 강력한 경쟁자 카르타고와 수차례 전쟁을 벌이게 된다. 지중해라는 핵심 무역로를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인 것이다. 

대항해시대. 즉 16세기 대서양에서 시작된 바다 중심의 경제시대는 이후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이어져 나간다. 처음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이어서 네덜란드가 패권을 차지하고, 바로 영국이 바톤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20세기 두 번의 대전쟁 끝에 대서양과 태평양을 좌우에 두고 있는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바야흐로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이 말이 유효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바다는 지정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항공우주기술이 비약적인 성장을 한다하더라도 바다를 대체할 만큼 경제적인 운송수단이 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D프린터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사람들은 이 추세를 더욱 확신한다. 이 프린터가 일반화된다면, 출력 재료를 제외한 물류의 흐름은 줄더라도, 해저케이블을 이용하는 정보 사용량은 파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핵심 무역항, 부산이 해양금융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해운 산업을 강조하면서 해양선박금융공사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집중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 흐름은 한국해양대학교의 해양금융전문대학원 과정 개설로 이어졌으며, 해양선박금융 전문 은행의 필요성으로까지 연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은 최근 ‘해양금융전문은행’의 기치를 내걸고 제2의 성장을 약속하고 나섰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이들 산업이 중심축인 부울경 지역을 주무대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부산은행이 제2의 성장동력으로 ‘해양금융전문은행’으로 선정하고 나선 것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조선업 바다를 활동무대로 하는 선박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로 확장해 성장의 동인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은행은 선박금융,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금 업무, 선박금융 포트폴리오 확대 등의 업무를 처리할 새로운 부서를 만들 예정이란다. 정부의 의지가 강해진 만큼 조선업의 활로가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해양금융 업무와 관련한 전문가도 외부에서 영입할 계획이다. 또한 BNK그룹 차원에서도 조선업 및 해양 관련 수산산업과 관광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을 늘릴 방침에 있어 큰 틀에서 빈대인 행장의 행보를 가볍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바다를 두고 벌이는 각축의 끝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빈 행장의 바람처럼 해양선박금융에 대한 특화된 전문성이 확보된다면 은행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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