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시선 두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하는 강현준 대표

프리미엄 밀막걸리 ‘향수’에 이어 증류면허 내고 ‘밀소주’ 개발 중

▲ 술도가 면허를 낸지 90년된에 이르는 충북 옥천의 이원양조장. 고집스럽게 옛방법을 고수하며 술을 빚는 강현준 대표. 강 대표 뒤에 항아리를 감싸고 있는 기계가 항아리 소독 및 청소를 위해 자신이 만든 이동장치.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4대에 걸쳐 양조업을 이어오면서 1970~1980년대의 전성기 한 때 직원을 28명까지 두고 술을 빚었던 양조장이 있었다. 새로운 상품을 내지 않아도 익기만 하면 다 팔려 나갔던 시절, 이 양조장에선 하루에 750밀리리터 들이 3000병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막걸리 업계의 현실은 냉혹한 겨울. 그래서 역사가 90년이 돼감에도 신예 술도가처럼 새로운 맛을 찾아내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며 온고지신하는 양조장, 시인 정지용의 고향 충청북도 옥천에서 술을 빚고 있는 이원양조장, 강현준 대표의 최근 이야기다. 

상업양조를 하는 오래된 양조장들이 제조상의 편의와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테인리스스틸 발효조를 쓰고 있지만 강 대표는 가양주 개념의 우리술을 빚는 양조장처럼 항아리를 고집한다. 400리터 들이항아리는 성인 둘이서 청소와 소독을 하기에도 버거운 무게와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전통의 방법으로 술을 빚으며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술의 완성도만을 생각해 쌀에 종균을 입힌 입국(흩임누룩)을 사용하는 양조장이 대세인 시절임에도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듯 자신만의 전통누룩을 빚고 있는 강 대표. 그래서 그는 양조장을 찾아 체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누룩방을 보여주곤 한다. 그만큼 자신이 만드는 술의 이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옛것을 살린다 해도 채산이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 결국 그는 고된 땀방울이 들어가는 방법을 고수하면서 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고된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장비를 맥가이버 마냥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가 개발한 기구는 400리터 항아리를 건조 및 소독할 수 있는 항아리 이동장치와 손실 없이 알코올 도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양조장과 똑같은 막걸리를 생산하면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하고 수년전부터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해왔다. 그 결과물이 1960~1980년대에 걸쳐 20여년 이상 우리 막걸리의 주재료로 사용됐던 ‘밀’막걸리다. 시금털털하다는 맛 표현은 아마도 이 시기에 우리가 마신 막걸리에 의해 형성됐을 법한, 그 시절 막걸리를 말이다.

▲ 프리미엄 막걸리를 내는 술도가들이 하나같이 쌀을 기본으로 삼아 술을 빚지만 강현준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우리 밀을 소재로 막걸리를 빚고 있다. 내년에는 이 막걸리를 증류한 밀소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밀막걸리 ‘향수’와 기본형인 ‘아이원 막걸리’.

강 대표는 지난해부터 우리 밀로 빚은 밀막걸리를 ‘향수’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버지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면서 밀막걸리 맛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한편 최근 유리병에 넣어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밀막걸리와 함께 양조장의 대표 상품으로 밀소주를 내기로 결정하고 최근 증류주 면허도 취득했다. 물론 지역 특산품인 복숭아와 포도를 이용한 브랜디도 함께 개발하면서 밀소주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밀로 빚은 소주가 그의 상상력의 결과는 아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고조리서에는 ‘진맥소주’와 ‘밀소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1540년경에 김유가 지은 <수운잡방>과 1670년경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이 그 출전들이다. 하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우리 밀로 만든 막걸리와 소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술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밀막걸리는 밀의 고소함과 적절한 산미가 입맛을 북돋는 구조라면, 밀소주는 곡물의 고소함과 목넘김 이후 다가오는 단맛이 맛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서서히 우리 증류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소주를 내는 것은 양조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술의 지평을 넓히는 일일 것이다. 새로움을 찾는 양조장들의 노력에 좋은 결실이 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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