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손해사정사 결정권 강화…보험사가 비용 부담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내년부터 소비자가 직접 보험금 산정을 위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손해사정사 선임에 동의해야 하고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5일 보험권의 공정한 손해사정 업무를 위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손해사정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손해사실을 확인하고 손해액을 산정해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보험사는 전문 손해사정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손해사정업체에 위탁해 손해사정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의 손해사정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 지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보험사가 위탁하거나 자회사를 차려 설립한 손해사정업체의 경우 보험사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만큼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보험사에서도 손해사정업체에 불필요한 업무를 주문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으로는 보험금의 합의나 중재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는 보험업법 및 변호사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때문에 보험권 민원 중에서도 손해사정과 관련된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관한 민원이 지난해 1만7033건으로 전체의 35.7%를 차지할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도 보험사가 동의한 경우라면 소비자가 보험사의 비용으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동의 기준이 없어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보험회사가 객관적인 동의 기준을 회사 내규로 마련토록 하고 동의기준을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엔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 원칙적으로 동의토록 했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적합한 자격이 없거나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에만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을 거부할 수 있다.

보험사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소비자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보험사별 동의 비율은 보험협회를 통해 공시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손해사정업체를 위탁하는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진다. 보험사들은 앞으로 전문인력 보유현황이나 민원처리 현황 등 손해사정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있어야 손해사정업체 선정이 가능하다. 또 손해사정업체에 주는 수수료 계약에서도 보험금 삭감 실적을 성과평가 등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보험업 감독규정에 반영했다.

내년 1월부터는 소비자가 공정한 손해사정업체를 직접 비교해 선임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업체의 주요 경영정보를 한국손해사정회와 생명·손해보험협회에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 중심의 손해사정 관행을 개선해 공정한 손해사정 질서를 확립한 것”이라며 “보험사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손해사정 선임 요청을 검토하도록 해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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