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4 01:30 (수)
[응답하라, 우리술 107] 캠벨과 복숭아로 술 빚는 영천 ‘고도리와이너리’
[응답하라, 우리술 107] 캠벨과 복숭아로 술 빚는 영천 ‘고도리와이너리’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8.12.16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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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재미있는 농사 꿈꾸며 와인메이커 길 걷는 최봉학 대표

특유의 미각·후각으로 와인 양조해 각종 상 수상하며 시장 안착

▲ 영천 고도리와이너리의 최봉학 대표가 자신이 빚은 복숭아와인에 대한 제조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와인은 복사꽃을 상징화로 가지고 있는 부천시에 OEM으로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 중 ‘고도리와이너리’라는 술도가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오해하기 십상인 곳이다. ‘고도리’라는 단어가 갖는 상징이 워낙 큰 탓이다. 하지만 이 와이너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미지와 관계가 없는 곳이다. 물론 새하고도 무관하다. 

와인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보르도와 부르고뉴, 론밸리의 유명 양조장들은 모두 양조장이 위치한 지명을 와이너리 혹은 그곳에서 생산하는 와인 이름으로 삼는다. 특히 그랑크뤼급으로 갈수록 더 작은 지명을 이름으로 사용한다. 고도리도 술도가가 자리한 마을의 행정명일 뿐이다. 

현재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술도가는 전국에 34곳. 그 중에 과일로 술을 빚는 와이너리는 대략 7곳 정도다. 그중 포도로 빚는 곳은 두 곳인데 모두 경북 영천에 자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수량이 적은 곳이며, 그 덕에 포도원이 많은데다 지자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을 위해 와인생산을 독려한 까닭이다. 그중 고도리와이너리는 과수 농사 27년차의 최봉학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힘들고 고된 농사가 아니라 멋지고 재미있게 지을 수 있는 농사를 고민하다가 와인메이커의 길로 나선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 고도리와이너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들. 좌측부터 로제와인, 청수품종으로 빚은 화이트와인, 와인을 증류한 후 5년간 숙성시킨 브랜디, 거봉으로 만든 화이트와인 순이다.

물론 최 대표가 처음부터 농사를 꿈꿔온 것은 아니다. 대구의 한 대학으로 유학을 갔던 최 대표의 인생경로가 바뀐 계기는 그의 나이 34세 때 부친이 사망하면서 부터이다. 그 시절, 대부분의 아들들처럼 아버지의 사과 과수원을 이어야 했기에 귀촌을 결정했고 그 길로 농사꾼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사과의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사과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자 그는 포도를 대체 작물로 결정한다. 그렇게 10여년 포도농사를 짓던 최 대표는 취미로 담궈 오던 와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당시 영천군에서 운영하던 3년 과정의 와인학교를 다니게 된다.  

물론 이 길이 멋지고 재미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딛은 발걸음이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곳곳에 묻혀있는 가시덤불에 번번이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제야 처음 와이너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거세게 반대했던 까닭을 알게 된 것이다. 매출은 오르지 않는데다 시설 투자는 계속 이뤄져야 하니, 적자는 당연히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10년의 시절이 그에게 가혹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이 갖지 않은 장점이 하나 있었다. 섬세한 미각과 후각이 바로 그것. 초보 와인메이커의 초창기 고단함을 견뎌내는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걸음마를 떼는 단계에 있는 우리 와인산업의 입장에선 와인선진국들의 와인을 벤치마크해야 하는데, 여기서 그의 미각과 후각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와인선진국을 다니면서 맛본 와인과 자신의 와인을 비교하며 혀와 코로 와인의 완성도를 놓여가며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그 첫 결실이 2011년 농림부가 시상하는 우리술품평회에서 거봉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으로 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이와 함께 포도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최 대표는 3000평 규모의 복숭아밭을 일궈 수확량의 3분의 1 정도를 와인으로 만들어 왔는데, 이 와인도 지난해 광명동굴 와인품평회에서 1등상에 해당하는 마루상을 수상했다. 수확 후 2개월을 과숙시켜 발효시킨 만큼 당도는 더 높아지고 복숭아 특유의 산미까지 더해져 좋은 와인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현재 그는 캠벨과 마스카베리에이(MBA, 일명 머루포도), 거봉, 청수 등의 품종으로 포도와인을 빚고 있다. 하지만 식용포도로 와인을 빚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는 몇 차례의 와인 선진국 벤치마크 과정에서 터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자신의 땅 1000평과 영천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1000평의 땅을 합쳐 800주 정도의 외래종 양조포도를 식재할 계획이다. 카베르네 쇼비뇽과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그리고 독일의 화이트와인 품종인 게브르츠트라미너 등을 식재해 다양한 와인 맛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작업의 결실이 언제 거두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양조 전용 포도 재배 과정에서 얻게 될 새로운 지식은 그의 와인에 새로운 맛으로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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