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성우 수석연구원

인슈어테크가 보험업의 사업모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보험사들은 보험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분야에 집중한다.

인슈어테크 가운데 대다수는 헬스케어, 건강보험, 보험판매 및 중개 서비스 분야다. 업종별로는 손해보험업, 사업별로는 보험 상품 판매 비중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 산업의 흐름을 뒤바꿀만한 인슈어테크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인슈어테크는 어떨까. 먼저 상품, 영업 분야에서는 첨단 신기술과 연계한 상세개념 단계 혹은 기술구현 단계 수준으로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텔레매틱스 기술과 연계한 UBI 상품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급가속, 급감속, 과속 등의 운전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이에 따른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식이다.

텔레매틱스 기술은 자동차 관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단말기를 통해 운전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위험을 더 정교하게 측정한다. 단순히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을 넘어 위험관리를 위한 핵심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실시간 사고 및 보험 청구 정보 수집을 통해 손해보상 프로세스도 효율화할 수 있다.

컨설팅기업 프톨레무스 컨설팅(Ptolemus Consulting)에 의하면 현재 보험사의 텔레매틱스 프로그램은 230여개로 2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아졌다. 이들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여대, 2030년까지는 전 세계 운송수단의 약 50%가 텔레매틱스 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DB손해보험이 SK텔레콤의 티맵과 제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서 수집된 운전정보를 연계한 스마트UBI 안전운전 특약을 선보였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켜고 500km 이상 주행할 경우 확인되는 안전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와 업무제휴를 맺고 독자 개발한 UBI 상품을 출시했다.

손해사정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차량 파손사진만으로 수리비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이미지 자동견적시스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평안보험이 합작해 만든 온라인 전용 보험사 중안보험이 보험요율 산출과 보험금 지급시스템을 자동화하면서 이미지 인식을 이용한 수리비 자동견적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계약, 요율산출,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 등 대부분 업무를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보험, 중국 징유 인터내셔널그룹, 영국 트랙터블사는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 파손사진만으로 수리비를 자동 산출하는 이미지 자동견적시스템을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KB손해보험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예상 수리비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견적프로그램 회사인 아우다텍스(Audatex)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도입을 선언했다. 고객이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량 파손부위를 촬영하고 이를 3차원 차량 그래픽 위에 입력하면 수리비 견적을 산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축적된 차량수리 데이터를 통해 파손된 차량 외부만 찍어도 내부 엔진 파손 등의 종합적인 수리비 산출까지 가능하다. 한화손해보험도 AI가 사고차량의 사진을 보고 수리비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위해 특허도 출원하고 연내 상용화를 발표했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2020년까지 AI 이미지 견적시스템을 개발, 교통사고 사진을 판독해 자동차 수리비를 자동 산출하는 손해사정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슈어테크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2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신시장, 신사업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해외사례를 따라하는 식으로 인슈어테크를 도입하는 수준이다.

신기술 적용으로 어느 정도 업무 효율성은 높였지만 투자한 만큼 시장을 혁신하고 독보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새로운 가치창출은 미흡한 실정이다. 인슈어테크 도입보다는 파일럿 테스트 수준으로 해보고 안되면 중단한다는 전략으로는 혁신은 어렵다.

어느 시점에서는 글로벌 자동차보험의 환경 변화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도태될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제휴사업 형태를 통해 인슈어테크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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