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은 이제 ‘금융=신뢰’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때가 왔다. 2019년 금융소비자들은 내 돈을 지켜주는 회사가 아닌 내 돈을 불려주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들이 ‘금융의 넛지(nudge)’가 되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을 마음껏 열어주고 있다.

가계부앱, 간편송금에서 출발한 ‘뱅크샐러드’, ‘토스’, ‘카카오페이’는 지금 금융사들이 가장 협업을 원하는 동반자이자 위협을 느끼는 금융플랫폼이 됐다. 각자의 색깔은 뚜렷하지만 공통점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세상의 모든 금융을 아주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데 있다.

기존 금융회사를 비웃듯 ‘이렇게 빠르고 편리하고 세련된 금융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당장 시대의 속도에 뒤쳐질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장본인들. 본지는 2019 금융넛지 특집으로 국내 금융데이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 '토스', '카카오페이' 세 회사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금융서비스의 미래와 가치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 종합금융플랫폼 아닌 ‘금융데이터플랫폼’이 목표

▲ 레이니스트 장한솔 PMO

최근 마이데이터 산업과 함께 데이터 경제가 크게 떠오르며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 ‘토스’, ‘카카오페이’ 세 회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증권사 인수 및 보험GA 설립을 발표하며 직접 금융산업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뱅크샐러드는 오히려 기존 데이터분석 중개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뱅크샐러드는 두 회사와 사업의 지향점이 다른 것인가?

우리의 목표는 종합금융플랫폼이 아닌 ‘종합금융데이터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송금에서 출발한 기업이기 때문에 돈이 어디로 움직여야 되는지에 주목하고 이것이 금융사업 진출까지 이어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왔다 갔다 한 거래 자체가 아닌 돈이 왔다 갔다 한 ‘기록(데이터)’에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뱅크샐러드의 시작은 금융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현재 금융은 상품제조, 유통, 판매가 모두 한 회사에서 이뤄지고 있다. 어떤 산업도 금융과 같이 이렇게 수직적으로 통합돼 있는 산업이 없다. 상품제조와 유통이 분리돼 각각의 산업에 맞게 전문화돼 이뤄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보험이나 증권사를 설립한다면 과연 공정하게 고객에게 가장 혜택이 많은 보험을 추천해줄 수 있을까? 아니다. 당연히 회사에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추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우리의 탄생배경과 맞지 않다. 우리는 금융회사가 되는 것이 아닌 각 금융사의 금융상품을 비교 분석해줄 수 있는 제 3자가 되고자 한다.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고객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고 출발점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마이데이터 산업을 본격 도입하며 그동안 스크린스크래핑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해오던 방식을 금지하고 금융회사의 API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API를 통해 고객의 정보를 주는 것을 쉽게 동의하기 힘들 것 같은데 앞으로 업권 간 비용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처음 데이터 비교분석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한국에서는 금융기관과 소비자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았다. 당시 스크린스크래핑 방식은 고객의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것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금융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마이데이터 산업 계획을 발표하며 데이터 수집방식을 금융회사의 API를 통해 가져오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우리와 같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고객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마이데이터 산업은 유럽의 PSD2를 많이 참고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고객의 기본적인 로우데이터는 무료로 제공하되 가공된 데이터에 한해서만 유로로 과금하도록 하고 있다. 스크래핑 방식이든 API 방식이든 모든 고객의 정보는 고객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전달해 분석해주길 원하는 정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받는데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왜 금융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사 고객의 데이터를 주는 것을 자신들의 자산을 떼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데이터를 구축하거나 운영하는 비용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데이터 이동의 권리가 금융사가 아닌 고객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무료로 가는 것이 맞다.

◆ 마이데이터 산업...인증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해

금융당국에서 최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는데 마이데이터 사업자 입장에서 보안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현재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법제화에 집중돼 있다 보니 사용자가 어떻게 데이터를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많이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편리하게 주고 받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서 데이터를 받을 때 본인 인증을 받는 방식이 간단해야 한다. 본인인증을 한번만 해도 모든 금융사의 데이터를 한번에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마이데이터 산업 자체가 크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발표된 선진화 방안에서는 인증방식에 대해 ‘강력한 본인인증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한줄 나와 있어 ‘강력한’ 절차로 자칫 서비스가 불편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가장 걱정되는 최악의 상황은 고객들이 금융사마다 사용해야 하는 인증수단이 모두 달라지는 상황이다.

 A금융사에서 데이터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A금융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인증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불편해질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공인인증서를 쓰는 게 가장 편하지 않을까.

내년부터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 도입되면 신규사업자들도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산업 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뱅크샐러드는 어떤 방식으로 선점효과를 보이고 수익을 창출할 계획인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자체는 신규 사업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또 쉽게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정보를 정확히 판단하고 분석하기 힘들었는데 우리 같은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많이 나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 진출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고객의 데이터를 가지고 적합한 금융상품과 연결시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는 시중 4000여개의 신용카드 혜택을 200가지로 나눠 분석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앞으로 시중의 모든 예적금 상품과 보험, 투자상품을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뱅크샐러드가 그동안 쌓은 노하우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수익구조는 데이터 중개수수료나 광고, 금융사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솔루션 비용을 받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또 향후 혜택이 많은 금융상품을 추전하는 서비스를 유로로 전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지만 유료 모델은 우선순위가 높은 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회사의 수익을 찾으며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비즈니스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먼저 고객들이 뱅크샐러드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의를 세우고, 고객들이 가져가는 혜택의 작은 포션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유료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금융사 데이터를 뺏는 것 아닌 3자가 윈윈하는 모델

금융당국에서 금융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마이데이터 뿐만 아닌 개인사업자 CB와 개인(비금융정보 활용) CB업도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뱅크샐러드는 3가지 사업 모두 라이센스를 등록해 사업할 계획인가?

개인사업자 CB의 경우 기존 신용정보사업을 해오던 CB사들의 데이터와 오랜 분석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이들보다 더 잘할 수 분야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개인CB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회원정보를 모을 때 SNS 계정을 연동해 고객의 일반 카드지출 내역뿐만 아니라 카지노, 가상화폐 투자 등 SNS 상의 비금융정보도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개인CB 서비스는 기존 CB사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비금융정보 CB로 엄청난 사회적인 파급력이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마이데이터뿐만 아닌 비금융정보CB 사업을 통해 소비자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다면 향후 P2P금융회사나 캐피탈사 등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와 제휴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뱅크샐러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와 종합금융데이터플랫폼으로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는 시기를 언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가?

우리의 최종목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카드, 대출, 예적금, 보험, 투자 등 모든 금융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해 고객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최종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종합금융데이터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반은 1~2년 내에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뱅크샐러드 내에는 은행, 증권, 카드, 보험, 자동차 등 고객들이 인지하는 모든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향후 각각의 영역에 금융상품이 모두 연결되면 국내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향후 네이버처럼 금융데이터의 패권을 잡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금융사의 데이터를 뺏어가는 것이 아닌 금융사와 소비자, 데이터사업자가 정보를 주고 받으며 더 좋은 상품을 서비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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