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마련 실패로 단말기 공급 계획 사실상 백지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만 서비스 확대 가능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국내 카드사가 공동 개발해 운영 중인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간편결제 서비스 ‘저스터치(JUSTOUCH)’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카드사들이 기금 마련을 꺼려하면서 추가 단말기 공급 논의가 사실상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이미 보급된 NFC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스터치를 운영하고 있는 7개 카드사(신한·롯데·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는 최근 저스터치 사용 가능 가맹점에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크리스피 크림 등 롯데GRS 매장 약 2200여곳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저스터치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총 3만7700개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가맹점이 260만개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전체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저스터치 서비스의 가맹점 확대가 더딘 이유는 비용 분담을 두고 카드사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NFC 단말기 추가 공급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각 카드사마다 다른 NFC 규격을 한 가지로 통일하기 위해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약 9만개에 달하는 NFC 단말기를 영세‧중소가맹점에 추가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카드사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어긋나지 않고 NFC 단말기 값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카드사가 지원금을 분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저스터치 사업에 참여한 카드사들은 200억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공급 비용을 분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단말기 공급 비용 분담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기금 조성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초 모바일 협의체에 참여했던 삼성카드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사업에 손을 떼면서 저스터치는 추진 동력을 잃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카드사가 저스터치 단말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참여한 모든 카드사들이 지원금을 분담해야 한다”며 “저스터치 개발 당시 청사진을 그릴 때는 단말기 구입비용 조성에 카드사들이 뜻을 모았지만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기금 마련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카드업계는 당분간 이미 보급된 NFC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만 저스터치 가맹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NFC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 가맹점에서 저스터치 등록 요청이 오면 가맹점으로부터 비용을 받고 이용 중인 단말기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금 마련 없이 저스터치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NFC 단말기를 보유한 가맹점에서 등록 요청이 와야 하지만 이 또한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적다”며 “각종 간편결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운영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터치(JUSTOUCH)- 국내 카드사들이 공동 개발한 모바일 NFC 결제 규격으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한 후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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