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수입 내리막길…10년새 최저치 전망
‘선박 대신 항공기’ 선회…출혈경쟁 가속화

▲ <자료:보험개발원>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국내 해운산업이 무너지면서 손해보험사의 해상보험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데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사들이 내줘야 할 보험금 규모는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적게 받고 많이 주는’ 저가수주 경쟁으로 해상보험 계약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보험은 선박의 선체나 운항, 화물운송 등의 위험을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으로 적하·선박·운송보험 등을 취급한다. 항공기 기체, 승객, 화물 등을 담보하는 항공보험도 포함된다.

매출 내리막길…해상보험 업무부서 ‘통폐합’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해상보험 수입보험료(매출)는 4494억원으로 전년동기인 5126억원 대비 632억원(12.3%) 감소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해상보험에서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6399억원이었다. 해운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올해 해상보험 수입보험료는 6000억원 선마저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2007년(4962억원) 이후 약 10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봐도 2014년 7293억원, 2015년 7051억원, 2016년 6030억원 등 수입보험료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2016년 한진해운 파산에서 시작된 해운산업의 도미노 붕괴는 해상보험 매출을 급감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입은 줄었는데 계약건수와 보험가입금액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상보험 수입보험료는 2014년 대비 894억원(12.3%)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계약건수는 52만3313건(21.8%) 늘었으며 보험가입금액도 132조3570억원(14.8%) 불어났다.

거액의 보험금 지급 위험을 짊어지고서라도 보험료를 낮춰 계약을 따내려는 보험사간 출혈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대형 보험사고 시에는 보험사에도 거대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들도 당분간 해운업 활황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해상보험을 담당하는 업무팀도 통폐합하는 추세다.

KB손보는 내년도 조직개편에서 재물해상업무부와 특종업무부를 ‘일반업무부’로 통폐합했다. DB손보는 작년부터 해상업무파트를 해체하고 일반보험의 각 부서로 이동시켰다. 해상보험 시장이 침체되자 재물, 해상, 특종 등으로 나누던 업무분장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선박 대신 항공’ 덤핑경쟁 우려도

해운산업의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은 선박 대신 항공보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험사마다 매출 확대를 위해 덤핑 경쟁마저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항공보험의 수입보험료는 6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인 773억원 대비 168억원(21.7%) 줄었다. 반면 보험가입금액은 20조4842억원으로 13조3666억원으로 7조1176억원(34.7%)이나 급증했다.

보험업계는 지난 5월과 8월 있었던 해양경찰청, 소방청 관용 헬기보험 입찰을 대표적인 저가 수주 사례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는 각각 전년도 보험료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입찰을 따냈다.

관용 헬기보험은 보험사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보상해줘야 할 보험금의 규모가 매우 커 보험사마다 보험금 지급위험을 나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와 DB손보는 보험사와의 연합 없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타 보험사들이 컨소시엄 구성마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항공기 저가수주가 늘어난 원인은 적하, 운송 등 선박에서 줄어든 해상보험 실적을 만회하려 항공보험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보험사가 감내해야 할 위험은 같거나 더 커지는데 보험료를 적게 받으면 추후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건전성마저 나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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