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 “국민은행-IBM의 시나리오에 들러리 됐다”

▲ 티맥스소프트 김동철 대표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더 케이 프로젝트는 과연 공정한 사업일까?’ 티맥스의 물음에 금융회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있다.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IT시장에서 수천억원이 오가는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총 4000억원 규모의 KB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더케이 프로젝트’가 최근 발주를 시작하며 IT업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티맥스소프트가 반기를 들었다.

티맥스소프트 김동철 대표는 “티맥스의 소프트웨어는 더 케이 프로젝트의 기술검증 기회를 박탈당했고 주사업자인 SK C&C가 제안하지도 않은 제3의 사업자가 선정됐다"며 “국민은행은 SK C&C가 제안한 제품 모두를 기술의 타당성 및 가격 합리성에 따라 투명하게 검토해야 했지만 특정 외산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17일 ‘더케이 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재구축’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SK C&C가 선정됐다. SK C&C는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1안으로 미들웨어는 티맥스소프트의 ‘제우스’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솔루션은 티맥스데이터 ‘티베로’와 한국IBM ‘DB2’를 제안했으며, 2안으로 한국오라클의 미들웨어 웹로직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최근 더 케이 프로젝트의 미들웨어로 IBM의 '웹스피어'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으로 IBM의 'DB2'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 "제안된 3개 제품 중 한국오라클과 한국IBM 등 외산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해서만 기술 검증이 실시됐으며, 이에 대해 국민은행과 SK C&C로부터 기술 검증 배제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대응이나 해명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 IT시스템 구조는 크게 하드웨어, 인프라소프트웨어, 계정계 시스템, 정보계 시스템, 글로벌 플랫폼, 보안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거의 모든 전산시스템이 IBM 메인프레임 내에서 돌아가고 있다.

IBM 메인프레임은 개방형이 아니기 때문에 교체되지 않는 이상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은 한정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제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려면 IBM 메인프레임과 연동돼야 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국산 소프트웨어가 선택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높지 않았다.

물론 국민은행은 중간에 사업자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티맥스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여러 옵션을 요구하고 그 안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복수로 제안된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제안된 내용 외에 다른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을 검토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기본적인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이다.

김 대표는 “입찰 제안서에도 사업자 변경이 가능하다고 돼있으며 그런 부분들은 발주처나 구매자의 권리로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등록도 하지 않은 마라톤 선수가 갑자기 경기 중간에 끼어들어 완주를 했다면 그 선수는 인정받을 수 없다.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도중에 후보에 없던 업체의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명 ‘짜고치기’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티맥스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지위확인 및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공정거래로 민원을 제출했으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공정성을 다루는 모든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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