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박영준, 강신애, 이봄, 문지현 기자> 2018년 무술년 금융권도 다사다난했다. 금융권은 올 한 해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전략 혁신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몸살을 앓았다. 은행권은 생존 차원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적극 시도했으며 보험업권은 수익과 금융소비자보호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지속했다. 증권업은 배당사고, 분식회계 같은 연속된 사고로 흔들렸고, 카드업계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가상화폐가 저물고 마이데이터 신사업 추진 논의가 가시화됐다. 대한금융신문은 잠잠할 날 없었던 2018년을 마무리하며 금융권 이슈를 돌아봤다.  <편집자주>


은행, ‘디지털 전환’으로 생존 모색

디지털로의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은행권 전략 화두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과 디지털뱅킹 고객 쏠림 가속화는 은행 전 분야에 디지털 이식을 주문했다.  

은행권은 모든 본부부서와 영업점 업무방식, 기업문화, 서비스에 디지털 전략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맞춤형 조직개편을 실시했으며 디지털 관련 투자도 확대했다. 디지털 인재 양성도 주력하기 시작했으며 외부인재를 수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부서 신설과 IT센터 신축, 핀테크 기업과 시너지 창출 확대, 신규 디지털 플랫폼 개발과 같은 다양한 전략도 추진됐다. 더불어 ABCDE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chain), 클라우드(Cloud), 데이터(Data), 에코시스템(Eco-system) 신기술 투자와 연구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선포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2조원 규모로 디지털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 인재 4000명을 양성한다. 위원회를 만들어 디지털 혁신 과제를 논의하고, 직원의 디지털 혁신 참여수준을 점검하는 디지털 지수도 개발한다. 

KEB하나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신기술을 활용한 상품·서비스, 개발 유망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 대화형 금융서비스와 모바일브랜치를 출시해 고객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였으며, 1Q애자일랩을 통해 핀테크업체 투자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업무 전 분야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적용했다. RPA는 직원들이 반복 업무에서 자유롭게 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투자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모바일 대출 서비스를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혁신 전략에 기반을 닦았다. 이후 빅데이터 활용을 강화하고, 종이 없는 업무 시스템 구축, 디지털 플랫폼 3.0 업그레이드 같은 전략을 추진했다. 

보험, 소비자보호 외치는 당국과 갈등

보험업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정부와 보험사 간 갈등이 지속된 한해였다. 약관해석을 둘러싼 보험금 지급 문제나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줄다리기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지난 여름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의 과소지급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 상품은 가입 때 고액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 보험사는 매달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한다. 금융감독원은 삼성·한화·교보 등 대부분의 보험사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 이자에서 사업비와 만기에 돌려줘야 할 원금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삼성생명은 일부 지급만 결정했고 한화생명은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금감원은 즉시연금 사태에 대한 재조사에 나설 것도 예상돼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암보험금과 관련해서도 금감원과 보험사 간 분쟁이 길어질 전망이다. 보험사들이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지 않자 민원인들이 금감원에 단체 민원을 넣으며 촉발된 문제다. 요양병원에 지급하는 암 치료도 암보험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암보험 약관에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간 해석차가 큰데다 민원 사례별로 경우가 달라 사안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다만 내년부터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도 일정 기간은 입원비를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에 따라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인상을 두고도 고민을 이어갔다. 실손보험은 급여 치료의 일부분과 비급여 치료에서 발생하는 실제 발생한 병원비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를 웃돌며 적자 상태를 이어가자 실손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비급여 치료가 상당 수 급여 치료로 바뀌면서 보험료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보험사들은 내년 1월까지 문재인케어 반사이익을 감안한 적정 보험료 인상 수준을 결정해 실손보험료에 반영할 계획이다.

증권, 사건·사고에 몸살 앓다

증권업계는 유령주식 배당, 공매도 주문, 분식회계 등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먼저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일으키며 국내 증권가를 흔들었다. 당시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현금 대신 주식을 잘못 입금했다. 주당 1000원을 자사주 1000주로 잘못 입고하며, 총 28억1000만주가 직원들에게 잘못 입고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증권에 일부 업무 정지 6월과 1억4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는 당시 배당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5월 30일 런던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개 종목(138만7968주, 약 60억원)의 결제를 이행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 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해서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에 75억48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잇따른 주식입고 사고 발생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 폐지 여론도 점화됐다.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폐지 대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확대 카드를 꺼냈다. 아울러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주식 잔고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도 국내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고 증선위는 지난 11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및 검찰에 고발조치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증선위가 징계를 내린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삼성바이오의 계속성, 재무안정성을 고려해 상장 유지를 결정, 11일부터 거래를 재개시켰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던 제약·바이오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역풍을 맞고 있다. 회계 이슈에 따라 큰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 수수료 개편에 구조조정 착수

카드업계를 뜨겁게 달군 건 ‘카드수수료 인하’다.

카드업계는 지난 7월 밴(VAN) 수수료 체계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카드수수료를 한차례 낮췄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결제금액과 무관하게 결제건당 일정 금액을 밴수수료 명목으로 카드수수료율에 반영해왔다면 앞으로는 결제금액에 비례해 밴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 영세·중소 및 특수가맹점을 제외한 일반가맹점 약 35만곳이 인하 대상으로 해당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평균 2.22%에서 2.0%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기존 2.5%였던 카드 수수료 상한도 2.3%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정률제 전환으로 거액결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이유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했다.

카드업계는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내년부터 적용될 카드수수료 개편 작업도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마케팅 비용 축소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금융당국이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마련할 것을 압박했지만 카드사는 점유율과 직결되는 마케팅을 축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충돌한 것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전체의 93%에 해당하는 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할 수익 감소분은 1조4000억원으로 3년간 순수익 감소분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6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롯데·하나·비씨카드)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금융당국에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안 마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카드는 설립 이래 첫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해 200여명을 내보낼 예정이다.

카드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금융당국은 카드업계 수익 보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조 및 전문가들과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를 발족했다. 그러나 카드사 마케팅 비용 축소를 두고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내 마무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핀테크 “저무는 가상화폐, 뜨는 데이터 산업”

핀테크 분야에서는 지난해 핵심 이슈였던 가상화폐가 가라앉고 마이데이터 등 신산업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지난해 투기광풍이 불었던 가상화폐 시장은 실명확인계좌 사용의무가 강화되고 가이드라인이 정립되면서 서서히 축소됐다. 정부는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은행에 거래소와의 거래 정지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업체들은 끊이지 않았고 투자자 피해 또한 계속됐다. 또한 우후죽순처럼 신규 가상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가상화폐의 가치도 낮아졌다.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올해 1월 8350억달러(약 945조원)에서 연말 1300억달러(약 156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마이데이터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한해였다. 정부는 은행·카드·보험 등 각 금융사에서 저장한 신용정보를 한 번에 조회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준비도 마무리됐다. 이해당사자 간 오랜 논의와 줄다리기 끝에 정부는 내년 3월 중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과 5월 중 예비인가 발표가 이뤄지도록 관련 법규와 규정을 정비했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통해 은행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테두리 바깥에 위치하던 P2P대출 업계는 사기·횡령 등을 일삼는 업체들이 등장하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평을 들었다. 다만 금융위는 내년경 P2P대출의 법제화를 통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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