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제공 쑥쑥 크는 아이적금 판매 중단

예상보다 많은 고객 몰려… "더 팔면 손해"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수협은행이 지난 9월 출시한 '쑥쑥 크는 아이적금' 판매를 중단한다.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자 고객이 몰리면서 역마진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 26일 쑥쑥 크는 아이적금을 오는 31일까지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수협은행 측은 "정부의 아동수당제도 시행에 맞춰 영유아 부모와 함께하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상품을 출시했지만 예상한도를 크게 초과해 판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협은행의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판매 종료 결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수협은행은 지난 11월 쑥쑥 크는 아이적금의 모든 영업점 일일 신규계좌수를 10좌로 제한해 운영한 바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쑥쑥 크는 아이적금 가입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당일 업무처리가 어려울 수 있어 영업점 전화 확인이 필요하다고 고객에 안내한 바 있다. 

또 다른 고객의 업무처리 지연 민원 제기와, 12월 연말 결산을 위한 영업점 업무 처리로 쑥쑥 크는 아이적금 전담창구 운영을 축소하기도 했다. 

수협은행이 지난 9월 선보인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만 6세 미만 아이에게 최고 연 5.5%까지 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연 1~2년 이상은 최고 연 3.0%, 3년 이상 최고 연 4.0%, 4~5년 이상 최고 연 5.0%의 금리를 줬고, 올해 말까지는 5년 가입 고객에게 연 0.5%포인트 추가 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만 6세 미만을 둔 엄마들의 관심이 컸고 지역 육아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타면서 영업점에서 줄을 서서 가입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엄마 고객들의 든든한 관심을 바탕으로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출시 15일 만에 5만좌를 돌파했으며, 지난달에는 12만좌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적금 최고 금리가 3% 정도에 그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2배에 이르고 있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나은 투자상품을 찾기 힘들어 고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도 수협은행이 쑥쑥 크는 아이적금을 지속해서 판매할 수 없는 까닭은 역마진 우려때문이다. 

별다른 조건 없이도 최고 연 5.5%를 받을 수 있는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다른 은행들의 적금이 3% 수준에 그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역마진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설정하고 영업에 나섰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대출 운용금리를 여유롭게 4~5%로 잡아도, 적금금리 5.5%는 역마진"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통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사회공헌 차원의 군인적금 등 특수한 상품이다. 이는 보통 수익보다 미래고객 확보와 은행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출시한다"며 "하지만 이런 상품은 가입과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쑥쑥 크는 아이적금은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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