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과 제휴 불발…‘어쩔수 없는 선택’
침체된 시장분위기 속 한국사업도 미궁에 빠져

<대한금융신문=문혜정, 문지현 기자> 후오비코리아의 마지막 히든카드였던 원화마켓의 은행권 신규계좌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한국 사업이 미궁에 빠졌다.

후오비코리아는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3위인 중국계 거래소 후오비 그룹의 첫 해외법인으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2017년 10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3월 한국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후오비코리아는 연내 도입 예정이었던 ‘암호화폐 거래의 원화지원 서비스’를 내년 1월로 연기한 가운데 해당 서비스를 은행권의 신규 실명계좌 방식이 아닌 ‘벌집계좌’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집계좌는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개인계좌를 두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실명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해킹 위험도 높다.

정부는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며 사실상 벌집계좌 운영금지를 선언했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한 지침일 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여전히 중소형 거래소 사이에는 벌집계좌 운영이 성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후오비코리아가 그동안 원화거래 지원을 위해 언론에 알려진 케이뱅크 외에도 국내 시중은행들과 지속해서 협업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며 “원화마켓은 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후오비코리아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벌집계좌를 이용해서라도 원화마켓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후오비코리아는 연내에 한국인 이용자들이 원화로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원화마켓을 오픈하겠다고 발표하며, 법인계좌로 입금을 받는 벌집계좌가 아닌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인 가운데 사실상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은 불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거래소 중 원화 거래가 가능한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 업비트는 기업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지만 기존 가상계좌에서 실명계좌로 전환한 투자자 외에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이 막힌 중소형 거래소들은 대부분 벌집계좌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당국의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 이후 오히려 벌집계좌를 통한 거래량은 3조원이나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실시 이후 벌집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의 월별 거래량은 2월 4조5997억원에서 8월 7조5238억원으로 무려 2조9241억원 증가했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제휴를 시도하고 있는 은행명은 조심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며 “원화마켓 서비스가 내년 초로 연기된 것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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