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시작으로 삼성·교보 등 빅3 전부판매
중도해지 시 낸 돈 못 받고 치매보장 종료
만기 시 높은 환급률 내세워 ‘불판’ 우려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지난해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치매보험이 올해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원덩어리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매 진단으로 보험금을 받게 될 기간은 가입시점에서 매우 먼데 비해 중도에 해지하면 낸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도록 설계된 점에서다. 높은 이율의 복리 저축처럼 파는 판매채널의 비행도 감지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전날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을 내놨다.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경증치매(CDR척도 1점)까지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은 처음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근시일 내 비슷한 구조의 치매보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빅 3 생보사 모두가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치매보험은 CDR 척도에 따라 경증 및 중증치매 시 진단비를 주는 상품이다. 치매 정도에 따라 최소 400만~200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한다.

생보사들이 치매보험을 내놓는 이유는 치매 관련 보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증치매는 치매 환자의 95%에 달하지만 진단비를 제공하는 보험 상품은 많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해부터 흥국생명, DB생명 등 중소형사와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에서 치매보험이 크게 히트하자 앞 다퉈 출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소사인 A생명은 치매간병보험 판매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간 10만건을 웃도는 새 가입자를 유치했다. 해당 보험사가 지난해 상반기 판매한 질병보험(암보험+기타질병보험) 판매건수가 7만7000건이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상당한 인기다.

B생명은 지난해 12월에만 2만5000건, 월납초회보험료 14억원 가량의 실적을 냈다. 이조차 전달 너무 많은 판매량을 기록,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속도조절에 나섰던 판매량이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출시되는 치매간병보험 상품이 대부분 무해지환급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나중에 발생할 민원 가능성을 우려한다.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납입기간에 해지할 때 납입한 보험료(원금)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대신 보험료가 20~30% 가량 저렴한 특징이 있다.

통상 치매보험의 보험료 납입기간은 20년이다. 가령 40세 남성이 20년간 보험료를 납입한다고 가정해도 60세인데 보험료를 다 내고도 정작 치매엔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치매환자 45만9421명 가운데 65세 미만 치매환자는 약 4%(1만8622명)에 불과했다.

보험료 부담에 따라 보험료 납입기간 중 중도 해지할 경우 문제는 더 크다. 해지할 때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치매 진단으로 보험금을 받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

지난해 치매보험의 인기가 높았음에도 보험사들이 쉽게 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장기간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상 민원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시장 과열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크다.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나면 낸 돈보다 더 많은 환급금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중도 해지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은 환급금을 유지한 사람끼리 나눠 갖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판매채널에서는 복리이자를 부과하는 저축성 상품으로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60세에 가입해 80세 이후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해지하고 환급금을 받아가라는 식의 저축성 목적 가입도 판매채널에서는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타사 판매동향을 볼 때 민원 가능성이 많아 출시 이전에 리스크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