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4 03:30 (일)
늙어도 일해야 하는 한국…고령자 노동시장의 ‘한숨’
늙어도 일해야 하는 한국…고령자 노동시장의 ‘한숨’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9.01.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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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령층 노동시장은 실질적 은퇴연령이 떨어지는 OECD와 달리 실제 은퇴하는 나이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고령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는 비중이 높다. 또 50대 초반의 많은 조기 은퇴자들이 경력이나 기술이 부족한 채로 자영업에 진출하거나 양질의 근로조건이 아닌 저임금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수인 상황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노령층의 빈곤율이 높은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지출 부담 증가로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게 됐다.

◆평생직장 퇴직 후…70대 초반 실질적 은퇴

한국은 50~75세 연령 근로자의 노동 참여율은 높은 편이지만 직무 안정성, 임금, 사회보험 측면에서 일자리의 질이 낮고 해당 연령층의 빈곤율도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55세 이전에 첫번째 직업에서 은퇴하고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2의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질이 낮고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 평균 71~73세에 실제 은퇴를 하게 되는데 한국의 고령자들은 첫번째 은퇴 후 20년이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OECD는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06년부터 주요 국가에 대한 노동환경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OECD가 올해 10월 한국의 특수한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과 개선안을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한국 고령 근로자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임금 조건을 향상시킬 수단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우리나라는 OECD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65년이면 전체 인구의 76%가 65세 이상으로 OECD 국가 중 노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OECD 평균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노동 생산성과 높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하는 희망적인 투자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OECD가 우리나라의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고령인구 의존도는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며 70대 초반까지 많은 근로자가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잔존기간이 OECD 평균에 비해 7~8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74세 고용률은 62.1%(2016년)로 OECD 평균(50.8%)보다 높았지만 OECD 다른 국가의 고령 노동자들에 비해 긴 시간을 근무하고 있으며 다수의 근로자들이 임시직,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실업 및 장기실업의 통계치는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편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55~64세의 노동 참여인구의 실업률은 2.8%로 OECD 평균(4.6%)보다 낮았다. 하지만 고령 근로자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필요한 직업훈련 참여도도 낮은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근로자 20%만 직업훈련…노동환경 악순환 반복

우리나라 고령 근로자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고령자 노동시장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령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보호제도는 무엇보다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조세지원이나 공적이전으로 고령층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OECD 평균(55.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소득 세액공제 프로그램(EITC) 등으로 고령 노동자의 제2경력 참여를 지원하고 특정 빈곤층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에 근거해 EITC 범위를 확장하는 한편 고령층에 대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고용보험 범위를 확산하기 위해 자영업자를 의무화된 고용보험 가입대상으로 포함하고 의무화된 고용보험으로 지역 일자리센터 활용을 증진시킬 수 있다.

연금 개혁은 충분한 생계 기준을 고려해 기초 생활수급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액을 OECD 기준을 반영해 인상해야 한다.

현재 70%의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25만원 수준의 기초연금은 광범위한 대상에 비해 부족한 지급액이 문제가 될 수 있어 고령 빈곤층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상 및 수령액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또한 현재 기여분이 적고 실제 연금 혜택도 적은 편이라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여분을 인상하고 연금수급 연령을 높이는 계획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고령 노동자의 고용 가능성과 근로조건도 변화가 요구된다.

직무 수행을 위해 점점 더 복잡한 분석,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고령층 노동자의 역량 문제로 고용 유지뿐 아니라 채용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고령층 노동자 중 상당수가 컴퓨터나 응용기기에 대한 친숙성이 매우 낮고 세대 간 활용 능력 격차도 OECD 평균에 비해 두배나 벌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무와 관련된 훈련의 경우 단 20%의 고령 근로자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OECD 평균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직무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고용 상태 중 시간제약이 주요 장애요인으로 고령자들이정책적으로 교육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 제약을 해결해 주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 중소기업 등 노동력이 부족한 기업에서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지원 및 교육 훈련을 위한 부재를 보조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직업교육 및 훈련에 필요한 기술을 이해하고 자격을 갖출 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하므로 적절한 자격시스템과 신뢰할 만한 평가절차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빠르게 변하는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확실히 정의하고 동등한 질의 일자리로 이직을 용이하게 만드는 한편 노동자들이 생산적이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갖추는 것이 한국이 직면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의 일자리센터는 OECD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지원이 절반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일자리센터 인력 확충과 외부 채용서비스 기관과 협력해 성공적인 이직 및 전직을 위한 공공재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공서열 아닌 생산성 중심 보상체계로 전환돼야

우리나라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체계를 개편해 생산성과 임금이 비례하는 보상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은 2013년까지 70%의 기업이 활용하고 있었으며 2017년 60%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기업 및 노동조합의 지지를 얻으며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연공서열제도에서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할 경우 청년세대는 본인의 생산성 대비 낮게 받았던 임금이 상승하고 고령층 근로자는 본인의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이 하락하게 된다. 때문에 직무 중심의 전문성 기반 보수체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준과 보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있어야 하며 손실을 입을 집단의 저항과 관련된 처리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고령층의 고용 증진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적 구조를 줄이고 근로시간 유연화 및 근로시간 축소 등과 같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동력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상황에서 선례가 없는 빠른 고령화 인구 변동을 겪고 있어서 재정과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은퇴 연령을 60세 이하로 규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금피크제를 활용해 생산성 있는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제도 개편이 단기적으로는 고령자의 노동시장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도의 잠재적 이득이 저임금 근로자에게 배분되도록 제도가 운영돼야 하며 성과와 직무 중심의 평가와 보상이 수반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자와 혜택을 조정해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장려하고 사회보험이 필요한 대상에게는 적정한 재정적 지원이 지속 가능하도록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며 “고령 근로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줄이기 위해 임금체계를 생산성에 비례하도록 개편하고, 고령 근로자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재취업 지원 훈련과 채용 관련 연령차별 요인을 제거하는 등 근로형태별 차별 축소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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