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혁신·디지털 등 핵심 키워드 사용하며 비장함 담아

메시지,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 뒷받침해야 가능해

(왼쪽부터)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 KEB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든 기업은 ‘리딩’을 꿈꾼다. 1등이 되는 순간 시장장악력은 그에 비례해서 강화되고, 증강된 브랜드의 힘만큼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금융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여타 산업보다 더 강하게 리딩에 집착할 것이다. 유사한 상품구조와 포트폴리오, 사고체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도 일란성 쌍둥이 마냥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이점을 찾기보다 유사점을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한 상황에서의 리딩 경쟁은 피 말리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2019년을 맞으며 각 금융지주사들의 수장들은 비장한 목소리를 담은 신년사를 내놓았다.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디지털과 소통을 담아내자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라는 단어를 사용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먼저’라는 단어의 여러 함축적 의미를 달성해야 현재 맞고 있는 위기적 국면을 극복해 낼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마주한 지금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리딩 금융그룹”을 정립하자고 말하면서 2위와의 압도적 격차를 주문하고 나섰다. 초격차라는 단어가 이제 금융권의 일상적 단어가 될 만큼 서로가 격차를 벌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회장은 확장과 쇄신, 선도, 행복 등 네 가지 핵심 단어를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고 말한다. 특히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는 위기에서 기존 틀에 갇혀 있거나 평범한 변화에 머문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쇄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래서 조 회장은 ‘원신한(One Shinhan)을 위해 “남과 다르게 하는 차별적 경쟁력이자 기존에 없던 금융을 창조하는 현장의 원동력”을 갖추자고 주문하기도 한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범농협 창립 60주년을 맞아 올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체질개선과 변화를 통해 미래성장 기반을 구축”하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영속하는 기업의 조건으로 ‘건강함’과 ‘영리함’을 들면서 “앞서가던 기업들 중에 오만과 안주로 인해 건강함이 무너지거나, 잘못된 전략으로 영리함이 무너진 기업은 어김없이 쇠락했다”며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변별해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중용> ‘예기편’ 사변독행(思辯篤行)처럼 다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정해 실천한다면 이루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KEB하나금융 회장은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선즉제인(先則制人)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해나가자는 메시지의 신년사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당연함에 항상 의문을 갖고,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규칙을 창조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수 있는 변신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최고의 영장류가 될 수 있었던 근거가 희생정신과 협업이라며 윈윈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도 강조했다. 

올해로 120년의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은 금융권의 맏형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최고의 은행이 되기 위해 ‘정익구정(精益求精)’하자는 신년사를 내놓았다. 

이처럼 금융지주사 회장의 각오는 결의에 차 있다. 그런데,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고 행위로 연결되기 위해선 언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수장들은 올 한 해 신년사를 뼈대로 메시지를 강화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예산 및 인적자원의 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체적인 전략목표는 허공에 뜬 구호로 그치고 만다.

지난해보다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2019년, 금융그룹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