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는 새해를 맞은 신한카드 인도네시아 법인(신한인도파이낸스) 임직원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어려운 영업환경으로 부진을 겪어오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위기에 굴하지 않고 2019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은 인도네시아를 직접 찾아 현지 금융시장의 두터운 문을 열고자 하는 신한인도파이낸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신한카드의 ‘아픈 손가락’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신한카드 해외법인 중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영역이 가장 넓은데도 불구하고 적자폭 개선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살림그룹(Salim Group)과 합작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할부금융·신용카드·리스 사업을 취급하며 신한카드가 지분 50%+1주를 소유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가 해외 현지인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진행한 것은 처음으로 진출 당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신한인도파이낸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지난해에만 3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영업을 시작한 뒤 3년 동안의 누적적자만 471억원에 이른다. 지속된 적자에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지난해 -128억원의 순자본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까지 빠졌다.

신한인도파이낸스의 부진은 현지 금융시장의 두터운 장벽과 맞닿아 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할부금융 등 소비자 금융을 담당하는 멀티파이낸스(Multi Finance)사는 현지 기업만 262개가 존재한다. 그 중 상위 20개사가 전체의 7~80%를 점유하고 있으며 대형 은행들도 멀피타이낸스사를 보유하고 있어 과점시장으로 통한다. 이는 외국계 금융회사인 신한카드가 차지할 수 있는 먹거리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6500만명 중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00만명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인니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지 않는다. 신용카드 발급에 있어서도 신용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급여가 한화로 약 100만원 미만이라면 신용카드를 최대 2장밖에 발급받을 수 없다.

신한인도파이낸스 김태정 법인장은 “다른 신한카드 해외법인은 할부금융업만 영위하지만 신한인도파이낸스는 한국에서 하는 모든 비즈니스 라인을 갖고 있어 제2의 신한카드라고 보면 된다”며 “현지 금융당국의 두터운 벽 때문에 멀티파이낸스사 중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일본계 기업 1곳과 신한카드뿐이다”라고 말했다.

전략 대폭 수정하며 탈바꿈 시동

 

위기가 지속되자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사업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당분간 카드사업의 성장 속도는 늦추는 반면 담보가 확실하고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 할부, 리스 금융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카드사업 성장 속도를 늦춘 만큼 카드사업 담당 인력을 줄이고 멀티파이낸스 인력은 늘렸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도파이낸스 임직원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312명으로 2017년 말보다 45명 감소했다.

김태정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이직이 잦다. 한국 기업에 대한 로열티도 없다”며 “카드사업에 필수 인력은 유지하면서 줄어든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으며 멀티파이낸스 인력을 늘렸다”라고 말했다.

멀티파이낸스 부문에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사후 심사체계를 강화했다. 직장, 주거지, 급여 수준이 고객이 작성한 서류와 일치하는지 현장 실사를 나가는 작업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멀티파이낸스 인력 약 180여명 중 영업을 담당하는 57명을 제외한 직원들은 심사와 채권 관리 업무 등 사후 심사를 맡고 있다.

멀티파이낸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철수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CB사가 없어 개인의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한인도파이낸스는 개인할부의 사후 심사를 강화했으며 할부금융 인력 대부분이 현장 실사 등 사후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지난해 3분기 3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손실규모를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영업 수익도 지난해 3분기 1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43% 이상 증가했다. 부실채권(NPL)비율도 인니 금융시장 평균인 5%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김태정 법인장은 “그동안 베트남, 미얀마 등 신한카드 해외법인에서 카드사업을 진행해온 경험을 토대로 필요 없는 부분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카드사업은 당초에 빨리 가려고 했지만 인니 금융당국의 정책을 이길 수 없어 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현재 멀티파이낸스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부금융’ 캡티브화로 성장에 날개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앞으로도 멀티파이낸스가 성장을 이끌고 카드사업이 뒤따라가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성장을 주도할 멀티파이낸스 부문에서는 ‘캡티브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외 자동차업체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현재 닛산, 스즈키, 아우디, 폭스바겐의 캡티브사다. 상용차 부분에서는 인도네시아 넘버원 브랜드인 히노와 손잡고 있다.

이처럼 제휴를 맺은 자동차 업체가 많지만 신한인도파이낸스는 멀티파이낸스 부문에서 주춤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주력하고 있는 캡티브사에서 최근 10년간 출시한 신모델이 없어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철수 본부장은 “제휴 자동차 업체에서 신차가 지속 출시돼야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며 “그러나 주력 캡티브사 중 하나가 최근 10년간 신차를 출시하지 않아 캡티브 판매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캡티브사들이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신한인도파이낸스도 판매량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 기업의 인니 진출 가능성도 높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인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산업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자동차 산업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양 정부는 ‘한·인도네시아 자동차 대화’ 등 자동차 산업 협력을 확대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니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체 중 한 곳이 인니에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철수 본부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면 신한인도파이낸스가 주력 캡티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멀티파이낸스의 가장 좋은 전략은 캡티브 전략이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가 진출하면 이에 맞는 신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협업으로 카드사업 사활

카드사업에서는 신한인도네시아은행(BSI)과의 시너지 영업을 강화한다. 카드사업은 현지은행과 경쟁해야 하지만 규모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신한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해 제약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니 금융시장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 중 법인카드를 자유롭게 발급해 줄 수 있는 곳은 신한인도파이낸스가 유일하다. 신한카드만이 인니 중앙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 사업 허가를 받고 카드결제 시스템을 개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신한인도네시아은행과 거래하는 한국계 기업에 법인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 목적을 이유로 법인카드 사용이 필수인 한국계 기업들은 카드 발급이 용이한 신한은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법인카드가 ‘도어오프너(Door Open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정 법인장은 “법인카드만 쓰다가 개인카드를 발급받고, 한국인만 발급받다 현지인까지 사용하는 등 법인카드가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니 금융시장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법인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곳은 신한은행·카드 밖에 없어 경쟁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합작 파트너인 살림그룹과의 시너지 영업도 강화한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현재 살림그룹의 법인카드 발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살림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김태정 법인장은 “신용카드와 관련한 현지 금융당국의 정책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성장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며 “신용카드는 어느 나라든지 점진 성장이 없고 갑자기 급성장하는 시기가 있어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카드사업 성장 목표치를 장기로 잡았다. 이에 따라 인건비, 모집수수료, 인센티브 등 단기 투자비용과 마케팅 비용은 최소치로 유지할 계획이다.

김태정 법인장은 “카드사업은 스노우볼 이펙트(Snowball Effect·눈덩이 효과)처럼 한번 탄력을 받으면 성장 속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카드사업은 은행 거래 고객 위주로 성장해 고액 거래 위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 시장도 긍정적이다. 인니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멀티파이낸스사에 신용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신한인도파이낸스와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고객 대출금 일부는 은행이 취급하고 일부는 신한인도파이낸스가 취급하는 조인트 파이낸스(합작법인)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태정 법인장은 “은행이 충당금 적립을 위해 소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멀티파이낸스사에 그만큼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달라진 신한인도파이낸스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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