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강신애, 이봄 기자> 우리소다라은행은 국내 금융사의 인도네시아 진출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적극적 인수합병, 현지 인재 양성, 현지진출 국내기업 영업, RM 조직을 활용한 현지기업 영업까지 해외진출 전략의 왕도를 착실히 밟으며 실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국내의 선진화된 디지털뱅킹을 인도네시아 현지에 이식하는 전략도 시도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은 인도네시아를 직접 찾아 우리소다라은행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현지화로 인니 금융시장 연착륙 성공

1992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당시 현지법인이었던 인도네시아우리은행을 통해 기업금융에 집중하며 교민기업과 국내기업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후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현지 상업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며 리테일 소매금융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소다라은행 김용욱 상무는 “합병 전 소다라은행은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연금담보대출에 특화됐으며 현지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며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인니 리테일 소매금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모두 지속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합병 후 인니 금융시장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먼저 직원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우리소다라은행 현지 직원수는 약 1475명으로 이 중 주재원수는 9명에 불과하다. 현지 인재 양성을 위해 자체 경력개발경로(CDP·Career Development Path)도 마련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직급, 근속년수 등에 따라 직원을 5단계로 나눠 5년차 이하(1,2단계)는 직무연수 중심, 5년차 이상(3,4,5단계)는 직무 외 관리 및 리더십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부문에서는 현지인에 의한 현지기업 영업이 가능하도록 기업전담역(RM)을 양성 중이다.

김용욱 상무는 “리스크매니지먼트, 인사 등 주요 부문도 현지인 디렉터 및 부서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본국 직원은 주로 교민기업 영업과 분야별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현지 지상사 및 교민기업에 치중한 기업영업을 해왔으나, 최근 현지RM조직을 양성하고 영업 프로세스에 변화를 주는 등 현지 기업까지로 영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수익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280억루피아(한화 약 90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리며 3790억루피아(한화 약 30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대출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21조루피아(한화 약 1조7529억원)를 넘어섰다. 자산규모도 약 30조루피아(한화 약 2조4000억원)으로 인니 내 110여개의 시중은행 중 41위에 위치하고 있다.

고객수도 합병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14년 말 32만1557명에 불과했던 고객은 지난해 9월 말 63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지화 노력으로 리테일 부문 현지고객 비중도 95% 이상이다.

김용욱 상무는 “현지인에 의한 현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조직 및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기업고객 비중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뱅크 전환에 속도 낸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디지털뱅크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토지면적이 한반도의 9배에 달할 정도로 넓고 약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지역적 한계에 비해 인터넷 접근성은 높은 편이다. 인도네시아 국민 2억6000만명 중 5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98%가 모바일 폰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근한다. 디지털 금융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니에서의 비대면 채널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인니 금융시장의 디지털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2017년 약 2만5000개를 기록했던 시중은행 영업점은 지난 한 해 동안 350개가 줄었다. 반면 지난 2015년 10%에 불과했던 디지털 채널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53%로 급성장했다.

김용욱 상무는 “은행 방문 없이 모바일로 계좌를 개설하고, 각종 쇼핑몰에서 E-money로 결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빠른 속도로 금융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소다라은행도 변화에 맞춰 지난 2015년 직불카드 서비스를 시작으로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신규 런칭해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채널 중에서도 현지 고객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모바일뱅킹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2017년 3월 인터넷뱅킹을 시작한데 이어 10월 생활 필수 금융서비스를 탑재한 모바일뱅킹을 내놨다. 모바일뱅킹에서는 전용 예·적금, 대출상담 서비스, 핸드폰 선불카드 충전 및 각종 공과급 수납, QR코드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소다라은행 모바일뱅킹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3만3669건에 불과했던 자금이체 거래건수는 지난해 33만2870건을 기록하며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모바일뱅킹 가입자수도 1만5000명을 넘어섰다. 모두 모바일뱅킹을 출시한지 일 년도 안 돼 이뤄낸 성과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모바일뱅킹의 인기 배경으로 단순한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구현을 꼽는다.

김용욱 상무는 “현지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모바일뱅킹 내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모바일로 대출을 상담받을 수 있는 ‘간편 대출상담서비스’도 탑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달부터는 테블릿 PC를 활용한 ODS(Outdoor Sales)도 시행 중이다. 우리소다라은행 직원이 고객이 있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 금융 상담,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김용욱 상무는 “올해부터 ODS를 시행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편의성을 향상했다”며 “모바일뱅킹 전용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현지 핀테크 업체와 연계한 제휴 비즈니스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로 종합금융그룹 앞장

기해년을 맞이한 우리소다라은행의 포부는 남다르다. 2019년은 우리소다라은행이 구 소다라은행과 물리적 통합까지 완료하고 완전체로 맞이하는 첫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우리소다라은행은 반둥에 위치해 있던 구 소다라은행의 본점을 자카르타로 이전·통합했다. 지난 2014년 말 소다라은행과 법적 합병한 이후 4년 만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자카르타의 핵심 상업지구 SCBD에 위치한 트레저리 타워(Treasury Tower)다. 우리소다라은행은 트레저리 타워 내 26, 27층 두 개 층을 매입, 반둥에 있던 개인여신부, 펀딩 및 서비스부, 검사실, 인사부 등 본점 부서를 옮겼다. 홀로 자카르타에 있었던 기업금융센터도 같은 건물로 이전했다.

김용욱 상무는 “이번 본점 이전에 따른 물리적 통합을 통해 구 소다라은행과 우리은행 간의 합병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최고의 근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현지 직원의 자부심, 충성도 제고 효과가 있다. 좋은 업무 분위기가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점 통합을 완료한 우리소다라은행은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발맞춰,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은행 고유 영업 외에 보험, 증권, 캐피탈사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이 되겠다는 목표다.

통신사·홈쇼핑·엔터테인먼트사 등 현지 이종산업과의 비즈니스 제휴도 구상 중이다.

김용욱 상무는 “지속성장을 위해 사업다각화는 필수 과제”라며 “신용카드·멀티파이낸스 사업이나, 이종산업과의 비즈니스 제휴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교차마케팅·번들링(묶음)마케팅을 활용, 다양한 산업군의 소비자를 포용하며 우리소다라은행 리테일 고객 확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남아에 진출한 다른 우리은행 현지 법인과의 영업 모델 공유도 고려 대상이다.

김용욱 상무는 “미얀마 현지법인의 소액대출사업모델을 우리소다라은행의 서민계층 소액대출 비즈니스에 도입하는 방안과 필리핀 현지법인의 유통·모바일 통합 관리 모델을 모바일뱅킹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우리은행과 서로 특화된 영업노하우를 교환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5년 내 톱(Top) 30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장기 목표는 톱(Top) 10 진입이다.

김용욱 상무는 “척박했던 인도네시아의 텃밭에 씨를 뿌렸고 새싹도 잘 틔웠다. 이제 과실을 키워낼 때”라며 “향후 5년간 개인·기업 금융에 있어 연간 20%의 균형성장을 추진하고 10년 내에는 상업은행 10위권 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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