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노조·지역사회 반발 거세 임추위 연기

일각선 "겸직 무산 시 더 큰 위험 불러올 것" 우려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가 권력 집중과 부패를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 무산 시 불러올 리스크가 겸직 리스크보다 더 크다고 우려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은행장 겸직 안건 논의를 오는 18일로 연기했다. 지난 15일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의견수렴을 이유로 미룬 것이다. 

임추위 연기는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 결정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GB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의 지난 11일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겸직 결정에 대구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대구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금융지주가 노조와 임직원, 지역사회와 합의된 약속을 파기했다며 은행장 겸직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오 회장이 이사회를 앞두고 은행장 겸임의 정당성을 셀프 홍보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이해당사자(김태오 회장)가 개입해 회의 결과에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셌다. 대구은행 부패청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회장의 은행장 겸임 방침에 대구은행 이사들이 반발하고 있고, 직원 입장도 갈리는 등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대책위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돼야 하고, 박인규 전 행장 시절 임원들이 행장이 돼서는 안된다"며 "특히 지주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것은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돼 견제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장 후보를 외부에 개방해 적격자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구은행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로 겸직이 무산될 경우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CEO 공백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인규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입건되면서 은행장 공백이 벌써 10개월 째에 이르고 있다"며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는 장기 전략이 실종되고, 경쟁은행에 계속해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DGB금융 자추위가 겸직을 고려한 최우선 이유 역시 대구은행장 공백 우려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추천 후보가 박인규 전 회장 재임 당시 관련 인사, 이미 퇴임한 인사로 구성돼 있어 혁신과 어울리지 않았다"며 "다시 은행장 후보를 찾아서 심사를 하려면 은행장 공백이 너무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지역사회가 지적한 권력 집중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유는 DGB금융의 자체 지배구조 정비 노력 때문이다. 

DGB금융 자추위는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으로 이사회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했고, 객관적 임원 인사제도, 2년 한시 겸직 체제로 권력집중에 따른 폐단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추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주주 및 서치펌 추천, 외부인선자문위 검증을 통해 경영진 측근이 아닌 독립 전문가들로 선임할 예정"이라며 "사외이사 수도 5명에서 7명으로 늘려, 경영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추위는 지주 이사회 내 사외이사만의 회의체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 산하에 내부감사책임자와 정도경영팀을 신설해 회장을 포함한 모든 CEO 감시 계획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한시적 겸직체제를 통해 CEO 리스크를 완화하고, 지주와 은행 공동관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 사례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장 겸직 체제를 선택한 이후 지배구조 안정화에서 결실을 맺었고 이후 허인 은행장에게 자리를 넘겼다"며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임하면서 지주 출범 초기 지배구조 안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의 권력 독점 여부와 관련 없이 지역사회와 노조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며 "외부에서 은행장 후보를 다시 뽑을 경우 선임 과정에서 CEO 공백이 길어지고, 또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외부 출신 지주회장과 외부 출신 은행장 이원 체제가 갖춰지면 CEO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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