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보장성 판매실적 88%가 人보험
인보험 실적따라 매출 순위마저 변동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 장기 보장성보험 매출의 90%는 사망·상해·질병 등 사람을 위한 보험(인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재물, 배상책임 등 손해보험 고유영역에서의 성장을 외면한 결과다. 인보험 판매량에 따라 보장성보험 매출 순위까지 뒤바뀌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손해보험 9개사의 장기 보장성보험 보험료 수입(초회보험료)은 7161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보험 초회보험료는 6256억원으로 전체의 87.4%를 차지했다.

장기 보장성보험은 크게 사람의 생명·건강 등의 위험을 보장하는 인보험, 물건·재산 등을 보장하는 물보험, 저축성보험으로 나뉜다. 즉 지난해 전체 보장성보험 판매의 십중팔구가 암보험 등 각종 질병보험,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등 인보험 판매였던 셈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해 장기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1250억원)에서 인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만 98.1%(1226억원)에 달했다. 인보험 판매 실적만으로 상위사인 현대·DB·KB의 보장성보험 판매 실적(인보험+물보험)을 각각 앞질렀을 정도다.

한화·롯데·흥국·MG 등 중소형 손보사일수록 인보험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 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176억원으로 이 가운데 인보험 비중은 92.2%(1084억원)였다.

대형 손보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DB손해보험은 인보험 비중이 86.8%(1088억원 중 944억원)를 기록했고 현대해상 85.6%(1070억원 중 916억원), KB손해보험 84.4%(874억원 중 738억원) 등 대부분 80%를 웃돌았다.

그나마 삼성화재의 인보험 비중이 79.2%(1703억원 중 1348억원)로 손보사 중 유일하게 80%를 소폭 밑돌았다. 물보험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전체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도 2위인 메리츠화재를 450억원 차이로 크게 웃돌며 업계 1위를 고수했다.

인보험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모두 취급 가능한 제3보험 영역에 속한다.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업권간 경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국내 보험시장이 정체된 것도 양 업권에서 비슷한 상품으로 판매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란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에 대형사들도 손해보험 고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물보험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물보험 확대는 여의치 않다.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으로 인보험 매출을 늘리며 보장성보험 순위 변동까지 초래하자 대형사들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보험은 손해보험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며 “인보험 실적에 따라 업계 내 순위까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손보사의 물보험 외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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