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벤치마킹해 ‘수당 올리고’ ‘미리 더 주고’
유지율도 합격점…타사, 메리츠식 운영 고민

▲ <자료: 손해보험협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이탈에 전전긍긍일 때 메리츠화재는 경력설계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타 보험사는 물론 독립보험대리점(GA)보다 높은 수수료를 약속하고 선 지급 비중을 확대한 점이 작용했다. 무리한 수당 체계가 보유계약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건전성 지표가 업계 평균을 웃돌며 이마저도 불식시켰다.

1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9월 기준 전속설계사는 총 1만52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이던 1만3408명 대비 1879명(14.0%)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설계사 숫자가 늘어난 보험사는 DB손해보험 562명, 한화손해보험 76명 등 2곳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해상의 경우 전속설계사가 1만2038명에서 1만983명으로 1055명(8.8%)이나 줄었다. 이어 흥국화재 728명(25.7%), KB손해보험 231명(2.6%), MG손해보험 207명(16.9%), 롯데손해보험 116명(7.5%), NH농협손해보험 19명(3.9%), 삼성화재 43명(0.2%) 순으로 각각 감소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전속설계사 이탈이 고민이다. 보험사 소속일 때보다 더 높은 수당을 약속하는 GA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커진 GA의 규모도 한 몫 한다. GA가 판매를 밀어주면 보험사의 실적이 뒤바뀔 정도로 최근 영향력이 커졌다.

이와 반대로 메리츠화재는 전속설계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에만 800여명이 더 모집됐다. 그간 모집된 설계사의 대부분 신입이 아닌 경력 설계사란 점도 특징이다.

가장 큰 요인은 타 보험사뿐만 아니라 GA와 비교해도 높은 판매수수료다. 설계사에 가장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질병통합보험에 가입할 경우 메리츠화재는 초회보험료(보험가입자가 첫 달 내는 보험료)의 10배인 약 1000%를 설계사에게 똑같이 지급한다.

비슷한 상품에서 다른 손보사나 GA 소속 설계사가 받는 판매수수료는 약 600~800%선이다. 같은 상품을 팔아도 더 적은 수입을 받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실적별 수수료 차등을 없앴다. 통상 보험사는 전속설계사의 판매실적에 따라 구간을 나누고 많이 판 설계사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준다.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최소 실적 설계사와 최고 실적 설계사의 수수료가 적게는 200%, 많게는 400%까지 차이가 난다.

GA의 수수료 체계를 벤치마킹해 수수료 선 지급 비중을 높인 점도 작용했다. 설계사들은 판매수수료를 판매 익월에 가장 많이 받고 나머지는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기간에 따라 1~3년에 걸쳐 나눠받는다.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하는 차원에서다.

GA는 판매 익월부터 1년간 미리 지급되는 비중이 전체 수수료의 7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선 지급 비중이 낮은 전속설계사가 GA로 이탈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메리츠화재는 GA보다 많은 수당을 주면서 선 지급 비중도 GA만큼 높다.

이를 두고 메리츠화재의 보험계약관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어왔다. 그러나 정작 메리츠화재의 13회차 및 25회차 유지율은 각각 84.1%, 70.5%로 업계 평균인 82.9%, 69.0%를 웃돈다. 보험에 가입한 뒤 2년 이상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가입자가 10명 중 7명이란 뜻이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수수료 체계는 GA의 영업방식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결과”라며 “전속설계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유계약의 질마저 높다. 앞으로도 보험사들은 메리츠화재식 전속 채널 운영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6년 초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를 도입하고 통상적인 보험사의 영업점 구조인 ‘지역본부-지역단-영업지점’ 3단계 체계를 ‘지역본부-영업지점’으로 축소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재원으로 사용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