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신탁팀 박성덕 선임매니저

요즘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은퇴설계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은퇴를 앞둔 세대들은 ‘은퇴 후’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거다. 반면 험난한 경쟁을 뚫고 막 사회생활에 뛰어든 20대나 직장과 가정에서 자리를 잡고 열심히 활동하는 30대에게 은퇴는 남의 일만 같다. 당장 결혼이나 자녀교육이 급한 상황에서 노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는 이유다. 주위 젊은 사람들에게 은퇴 후 계획을 물어보면 사업을 한다든지, 연금이 있으니까 괜찮다는 등 막연한 계획만 갖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은퇴 후 인생은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소일거리를 찾아 즐기는 것이란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기대했던 수명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은퇴 후 인생은 일해 온 기간만큼이나 길어졌다. 막연히 은퇴 후 삶을 계획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당장 은퇴를 앞두거나 비교적 은퇴에 대해 관심이 적은 젊은 세대도 은퇴 후 인생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은퇴 후 삶이 제2의 인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첫째, 직업이다. 은퇴 후에도 삶의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은퇴 전의 삶이 첫 번째 인생이었다면 은퇴 후는 제2의 인생이다. 현재 하는 일이 본인이 좋아하거나 적성에 맞을 수 있지만 본인이 원치 않거나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은퇴 후 삶이 풍족해지기 위해서는 작은 일이라도 본인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

건강문제로 본의 아니게 퇴직한 40대 가장 A씨. 그는 2년 동안 구직활동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어 아내가 경제활동을 책임지게 됐다. 평소 관심도 없던 자격증이 재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취득에 힘을 쏟느라 건강만 더 나빠졌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직업을 찾아보다 국립공원이나 휴양림에서 나무, 풀, 꽃 등을 설명하는 숲 해설가란 직업을 발견했다.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 A씨는 1년 뒤 취업에 성공했다.

은퇴 전에 부족했던 것이 시간이었다면, 은퇴 후 제일 많은 것 또한 시간이다. 여유를 갖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찾는다면 노후생활이 행복해질 수 있다.

두 번째, 타이밍이다. 무엇보다 일찍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능한 빨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재직 중에는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겠지만 은퇴 후에는 마음이 불안해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필요한 것이 은퇴설계다.

B씨는 대기업 임원까지 지내고 은퇴 후 귀농을 선택했다. 그는 40대 중반부터 꼼꼼히 계획을 세워 귀농을 준비했다. 고향근처 농가를 구입해 직접 집을 짓고, 시골에서 살아본 적 없는 아내를 적응시키려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텃밭을 가꿨다. 어느덧 은퇴할 시간이 됐을 때, 그는 고향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일찍 은퇴를 준비하면 꿈꿔온 삶에 더 가까워진다.

셋째, 재정 관리다. B씨는 개인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안정적 소득을 확보한 후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반면 공기업서 수십 년 일하고 퇴직한 C씨는 퇴직금을 주식, 부동산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고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으로만 근근이 살아간다. 재정적 안정은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다. 안정적 소득이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여유롭다.

마지막은 역시 건강이다. 젊은 나이에도 업무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좋은 않은 사람을 많이 본다. 통상 은퇴시기가 가까워지면 우리 몸은 제 기능을 못할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건강관리를 한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은퇴설계는 거창하지 않다. 노후에 조금 더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준비하는 거다. 진부한 말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은퇴설계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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