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울상’…증시하락에 소규모펀드 증가 불가피
“그림자 규제 완화한다더니 구속력 오히려 강화한 셈”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소규모펀드 정리 모범규준이 법제화된다. 위반에 대한 제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규제강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는 현행 행정규제인 ‘소규모펀드 정리 활성화 및 소규모 펀드 발생 억제를 위한 모범규준(이하 소규모펀드 정리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미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행정규제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소규모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에도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를 말한다. 금융위는 지난 2016년 소규모펀드 정리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발표·시행한 바 있다.

해당 모범규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가 해당 모범규준의 시행기간을 3차례나 연장하고 있어서다. 모범규준의 시행 기간은 기본 1년이다.

지난 11일에도 금융위는 소규모펀드 정리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한차례 더 연장했다. 내달 5일부터 시행 되는 모범규준에 의하면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2월말, 5월말, 9월말, 12월말이 도래할 때마다 소규모펀드 비중을 5%로 유지해야 한다.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시기별 소규모펀드 감축·유지 계획을 수립하고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향후 자본시장법 편입시 규준에 대한 구속력과 제재범위가 더 커질 전망이다.

소규모펀드 비중을 일정 비율보다 초과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는 모범규준 미 준수시(소규모펀드 비중 5% 초과시) 신규펀드 출시가 제한될 뿐이다.

자산운용사들에는 큰 부담이다. 글로벌증시 하락세로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자 투자금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간 펀드수익률이 고전을 겪으며 펀드 설정액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 원본액이 50억원이 넘던 펀드들도 최근 투자자금의 이탈로 50억원 아래로 내려갔다”며 “소규모펀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제화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철폐를 추구를 명령하며, 그림자규제의 일종인 모범규준의 연장이 어려워지자 금융위가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 자산운용과에서 소규모펀드 정리와 관련한 모범규준 법제화를 확정했다”며 “모범규준 연장이 어려워지자 비명시적 규제를 법제화해 규제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소규모펀드 정리 규준 외에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모범규준들이 무분별하게 법제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 24일 금융위는 ‘금융규제 완화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행정지도가 그림자규제로 작용해 금융산업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규제완화에 집중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행정지도의 법제화 항목이 포함돼 규제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개정내용은 금융행정지도 연장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명확화 한 것이다. 현재는 횟수 제한이 없어 행정지도 연장이 무제한이다. 행정지도에 앞서 적절한 지도인지 객관적 심사도 거쳐야 한다.

규제를 강화한 조항은 ‘행정지도와 같은 비명시적 규제의 명시적 규제(법제화) 전환 필요성을 평가’하라는 조항이다. 운영규정 개정안 제 14조 제3항이다.

이 개정안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금융행정지도의 구속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행 행정지도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금융위 12건, 금융감독원 27건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오는 3월 현행 금융행정지도의 자체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며 “이달 중으로 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행정지도 심의절차도 개편한다. 무분별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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