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무이자할부 제공 가맹업종 축소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비용절감 실시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적용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자 비용 부담이 큰 혜택을 줄이고 나선 것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달부터 차량정비‧렌트, 학원, 뷰티, 화장품, 인테리어업종에 제공했던 2~3개월 상시 무이자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국세 및 지방세와 같은 세금업종에 대한 무이자할부도 사라진 상태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까지 국세와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5만원 이상 결제하면 2~7개월의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이자할부 업종을 일부 줄였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도 학원, 여행, 병원, 마트 업종에서 최대 6개월까지 제공했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했다. 광범위한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자제하고 시기에 따라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는 가맹업종을 바꾸는 방식이다.

신한카드는 여행업종에서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였으며, 하나카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던 업종 일부를 유이자로 전환했다.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축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우대 카드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구간을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카드사들은 소비자 혜택을 줄여 수익 악화를 메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 혜택 중에서도 카드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는 금융당국의 약관변경 승인, 6개월의 고객 고지의무 기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해 혜택 축소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별다른 절차가 필요 없는 무이자할부, 시즌별 워터파크·호텔 할인 혜택과 같은 일회성 마케팅이 우선 축소 대상이다.

특히 무이자할부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도 이자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의 이용이 많았다. 이렇다 보니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무이자할부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업계 카드사 8곳(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의 무이자할부 비용은 1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은 1년 주기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다”며 “그러나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무이자할부 이벤트 기간이나 가맹점업종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를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오히려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무이자할부 혜택을 믿고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오히려 소비가 위축돼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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