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급 비중 40→55%…계약유지 못하면 환수 강화
메리츠식 수당 개편…설계사 이탈 고민 커진 대형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DB손해보험이 이달부터 전속설계사의 판매수수료를 타사보다 ‘빨리’, ‘더 많이’ 주기로 했다. 대신 보험계약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 설계사가 받는 불이익은 더 커졌다.

일찍이 독립보험대리점(GA)식 수수료 체계를 도입해 홀로 전속조직 규모를 키운 메리츠화재가 수수료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이탈하는 전속설계사를 막기 위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연쇄 수수료 개편마저 예상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이달 1일부터 전속설계사에 대한 장기보험 수수료 지급 기준을 변경하고 판매 수수료 선 지급 비중을 기존 40%에서 55%로 늘렸다.

판매수수료는 크게 계약체결수수료와 계약유지수수료로 나뉜다. 판매 수수료를 10만원이라 볼 때 5만5000원은 보험계약이 체결된 다음달에 바로 지급하고 4만5000원은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기간에 따라 나눠 주는 식으로 선 지급 비중을 높인 것이다.

설계사의 소득이나 실적별로 달리했던 수수료 체계도 개편했다. 기존에는 같은 보험 상품을 팔더라도 보험사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많은 실적을 올린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더 줬지만 이번 개편에서는 상품별로 수수료 지급률을 통일했다.

같은 상품을 판다면 저소득 설계사도 고소득 설계사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DB손보 전속설계사가 한 달 동안 종합보험, 암보험 등 월납보험료 27만원 어치의 장기 보장성 인(人)보험을 판매했다면 약 170만~180만원의 수수료를 익월에 선 지급 받을 수 있다. 개정 전과 비교하면 약 40만원 정도 더 받는 것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에 대한 초기 지급률을 높여 전속설계사 조직의 소득 향상 기반을 만들었다”며 “또 기존 수수료의 복잡하고 다양한 지급기준을 통일해 전속설계사가 보험 판매실적에 따른 소득을 보다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선 지급 수수료를 높일 경우 문제는 가짜계약(가라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친구나 지인 등의 이름을 빌려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경우다.

이에 DB손보는 쉽게 보험을 깨는 설계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계약유지수수료 체계도 개편했다. 이전에는 전속설계사 개인이 그간 판매했던 보험계약의 유지율 평균이 좋으면 미리 줬던 계약체결수수료 환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는 보험계약 1건마다 계약유지율을 측정해 계약체결수수료를 환수한다. 보험판매 시점부터 15개월(15회차)까지 계약이 유지되지 않으면 미리 받은 수수료를 유지기간에 따라 토해내야 한다.

잦은 이직을 일삼는 설계사일수록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수수료를 먼저 더 주는 대신 계약유지를 독려해 GA로의 이탈을 막으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손보업계에서 이러한 수수료 체계를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전속 조직에도 판매수수료 선 지급 비중이 높은 GA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 지난해 전속설계사 규모를 크게 키웠다. 덕분에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규모를 삼성화재 다음인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식 전속조직 운영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대형 손보사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DB손보를 시작으로 삼성·현대 등 다른 대형 손보사들도 전속설계사 이탈을 막기 위해 선 지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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