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협·기업은행 노조…사외이사 추천 시동
​​​​​​​경영진 및 외국인 투자자 반대 가능성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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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은행권 노동조합이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한다. 기업은행 노조가 처음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KB금융 노조는 3년째 문을 두드린다. 일각에서는 올해도 과거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15일부터 22일까지 언론 광고 게재, 행내 인트라넷 추천 접수 방식을 통해 선정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은행법상 전무이사와 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외이사 선임은 은행장 제청 없이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금융위가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게 기업은행 노조의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방향 설정을 위해 출범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2017년 말 보고서를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다”며 “해당 권고 이행 촉구를 위해 금융노조와 함께 이번 사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도 3년째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한다.

KB금융노조는 지난 13일 백승호 변호사를 주주제안 사외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하고 관련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KB노협은 2017년 하승수 변호사, 2018년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부결됐다. 2017년에는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를 지지했지만 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2018년에도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노조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회사의 성장과 실패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동자에게 이사 추천 형태로 경영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회사 지배 원리에 부합한다는 견해에서 탄생했다.

노조는 이러한 노동이사제가 공공적 성격이 강한 국내 금융권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오직 수익만을 추구하는 주주 및 투자자들을 견제하고 단기실적주의에 매몰돼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을 노동자들이 감시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와 투자자는 언제든 금융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직원·노동자들은 자기가 근무하는 금융회사의 생애주기와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최고의 이해관계자”라며 “직원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진출은 금융기관의 건전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를 제외한 금융권 전반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앞서고 있다.

경영진 관점에서 봤을 때는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기업 이익보다 노조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전문지식이 부족해 경영전략이 지연되거나 방해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디지털 전략이 강조되는 가운데 성급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금융회사의 의사결정 속도를 저하시키고 관련 비용을 낭비할 수 있다”며 “또한 노조 소속의 소수 이해당사자 견해가 경영전략에서 강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석연치 않은 반응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장벽이다. 과거 KB노협의 도입 시도는 ISS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비율이 높은 국내 금융그룹 특성상 ISS의 반대는 치명적이었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찬성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싣는 관계자들도 많지 않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도입 추진에도 이해당사자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같은 노동이사제 대체 제도를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이사제의 직접 도입이 힘들어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도 올해 별다른 노동이사제 지원 움직임이 없고, 금융위원회는 사회적 합의가 선제돼야 한다는 미온적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지원을 받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등장했을 때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별로 조심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절충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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