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개인정보보호법’에 시스템 구축 어려워
금융투자업계 “펀드 시장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금감원이 지난 11일 내놓은  ‘금융소비자 실질수익률 정보 제공방안’ 중 ‘상품 수익률 요약서’ 서식.
금감원이 지난 11일 내놓은 ‘금융소비자 실질수익률 정보 제공방안’ 중 ‘상품 수익률 요약서’ 서식.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감독원이 펀드의 실질수익률 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자 개인정보가 자산운용사 등에도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1일 실질수익률 정보 제공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펀드판매사는 판매사의 △실질수익률 △환매예상금액 △비용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비용은 실제 지출된 ‘금액’을 밝혀야 한다. 현재는 펀드 순자산가치 대비 ‘비율’로만 제공된다.

금감원은 ‘상품 수익률 요약서’ 서식을 마련하고, 오는 12월 31일 기준 상품 운용실적보고서부터 일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 수익률·비용·해지환급금 산출 시스템 구축도 주문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거래 내역의 일간 공유를 금지하는 현행 법제 하에서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 45조(정보교류의 차단)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집합투자재산, 투자일임재산 등 금융투자상품의 재산 구성내역과 운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 다만 1개월이 지난 정보는 공유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투자자의 거래내역이 거래관계자(운용사·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사)의 전산망에 매일 공유돼야 정확한 실질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펀드는 일대일 계약인 보험, 연금저축 등과 달리 일대 불특정다수의 계약이어서다. 공모펀드 개별계좌의 수익·비용 산출에는 동일펀드 내 타계좌의 수익·비용이 영향을 끼친다. 각 투자자들의 가입·환매·추가납입 시점은 모두 제각각이고 투자금액도 다 다르다. 공모펀드의 정확한 실질수익률 및 비용 산출을 위해 각 계좌의 매매정보가 매일 취합돼야 하는 이유다.

상품의 개발·운용·판매처가 분리돼 있어 이해관계자가 많은 것도 제약 요인 중 하나다.

현재 공모펀드의 발행·판매·운용에 있어 자산운용사, 판매사(은행·증권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 4곳이 유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산망 구축과 정보교류를 위해선 관계사 간 투자자 이름이나 코드 공유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행 금융실명법·개인정보보호법상 투자자의 개인정보는 펀드 판매사 외에는 가질 수 없다. 4자 간 공유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또는 법령개정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또 ‘환매예상금액’ 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펀드는 미래기준가를 적용해서 환매 시 매도 금액 예측이 어렵다. 실제 펀드의 판매 시점에 따라 D+2일 혹은 D+3일에 환매되고, 세금·수수료가 다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실질수익률 제고방안은 펀드시장의 기본적인 구조나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온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 없이는 전산망 구축이나 수치 산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매예상금액을 산정해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실무상 어렵고 오히려 위험하다. 예상금액과 실제 환매금액간 괴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논의를 통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실시간 운용정보 공유가 금지돼 있지만, 특정 펀드의 당일 기준가나 비용 등의 공유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해 “펀드수익률이나 비용정보는 운용사 또는 사무관리회사에서 판매사 쪽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투자자 정보가 양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정보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내에서도 실질수익률 제공안의 펀드상품 적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에서 펀드의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 판단해 실질수익률 제공방안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보고를 올렸지만, 금감원장의 강행지시에 최종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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