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5 18:50 (일)
[수불시네마기행3] 론 와인과 함께 남프랑스 즐기는 영화 ‘파리로 가는 길’
[수불시네마기행3] 론 와인과 함께 남프랑스 즐기는 영화 ‘파리로 가는 길’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2.18 0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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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바디감 있는 와인,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북풍의 합작품
보로도·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 3대 레드와인 평가받는 명작 등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프랑스 남부의 론 밸리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와 함께 대표적인 와인 산지다.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이 지역은 화창하고 무덥다고 한다. 하지만 론강을 따라 지중해로 부는 북풍 ‘미스트랄’이 한낮, 뜨거운 태양이 달궈놓은 포도나무를 달래주듯 식혀주면서 론 특유의 와인을 생산해낸다고 한다.

엘로노어 코폴라 감독의 영화 <파리로 가는길>(지난 2017년 개봉)은 8시간 정도면 자동차로 도착할 수 있는 칸에서 파리까지 1박 2일에 걸쳐 여행하며 남부 프랑스의 주요한 와인을 등장시킨 미식 여행 영화다. 프로방스에서 론 강을 따라 파리로 올라가는 여로는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론 밸리’를 거치게 돼 있다. 당연하게도 <파리로 가는 길>은 론 밸리의 유명 와인들이 한몫에 등장한다. 성 막달레나 성당을 보기 위해 들어간 베즐레의 식당에서 마신 와인(도멘 다그노 퀴베실렉스)만 빼고 말이다.

맛있는 와인과 미식의 하모니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생 빅투아르와 가르 수도교, 비엔느의 피라미드, 그리고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의 아름다운 경치까지 같이 볼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영화 <파리로 가는 길>에서 예기치 않게 여행에 나서게 된 미국인 여성 ‘앤(다이안 레인 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7~8시간 정도면 파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책 없이 로맨틱한 프랑스 남자 ‘자크(아르노 비야르 분)’의 차를 타고 가면서 여행과 시간에 대한 개념과 감정적 거리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엔 그 대책 없음에 당혹감을 느껴야 했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자포자기하듯 자크의 여행길에 젖어들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원제 ‘Paris Can wait’를 번역하면 ‘파리는 기다린다’ 혹은 ‘파리는 어디 가지 않는다’ 정도. 즉 파리는 항시 거기 있으니, 고흐가 애타게 그리워했고,  세잔의 그림 속에 포근하게 담겨 있는 프로방스의 따스한 풍광을 만끽하며 미식으로 가득한 남부 프랑스를 즐기면서 가자는 것이 자크의 생각이다. 그런데 둘의 관계가 문제다. 자크와 앤의 남편은 영화 제작자로서 동업자 사이다. 즉 느긋하게 경치와 미식을 즐기면서 로맨틱한 여행을 즐기기엔 관계성이 많이 부족하고, 보는 시선에 따라 부적절한 ‘썸’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앤은 자크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느낀다. 생 빅투아르 산을 지날 때 앤의 긴장은 극치를 달리고 있고, 리옹에서의 1박을 위해 머물면서 가진 저녁 자리에서 두 사람은 론 밸리의 대표 와인 세 종류를 즐기며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간극을 줄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에서 서브되는 와인(에르미타주)이 마리아주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둘 간의 이야기도 함께 어긋나고 만다.

하지만 다음날 파리를 앞두고 베즐레 지역을 지나면서 앤은 성 막달레나 성당을 찾게 되고 루와르 지역의 와인과 함께 한 이 곳에서의 저녁식사에선 심리적 거리까지 사라지고 만다.
마치 뜨거운 남프랑스의 태양이 차가운 북풍 ‘미스트랄’을 만나 론 밸리의 포도나무를 생육시켜 이 지역 와인만의 풍미를 일궈낸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식과 와인을 마주하면서 서로를 공감하는 영역을 넓혔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독법은 많을 것이다. 중년의 ‘썸’을 중심에 두고 볼 수도 있고, 남프랑스의 풍광과 미식을 중심에 두고 읽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와인을 중심에 두고 보는 것일게다.

영화에 등장한 론 밸리의 와인
<파리로 가는 길>에 등장하는 와인은 총 7종. 그중 와인 이름이 정확하게 거론된 와인은 5종이다.

칸을 출발하면서 자크와 앤은 점심을 함께 하는데, 여기서 마신 와인은 ‘샤토네프 뒤 파프’다. 14세기 프랑스인 교황이 등극하면서 아비뇽에 교황청이 들어서게 되는데 그때부터 새로운 교황청의 와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된 와인이다. 아비뇽 바로 위쪽 남부 론에 위치한 이 지역의 포도원들은 자갈밭이 특징이란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자갈과 차가운 미스트랄이 만나 묵직한 바디감과 진한 맛을 일궈낸 와인이다. 

이어 리옹에서의 만찬에선 북부 론의 대표적인 와인 세 종류가 등장한다. 도미요리에 맞춰 꽁뜨리유(화이트)가 등장하고, 이어 양고기 요리에 맞춰 에르미타주(화이트)와 꼬뜨로띠(레드)가 차례로 서빙된다.

꽁드리유는 꽃향기가 진한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 와인으로 비오니에 품종으로 만들어지고, 에르미타주와 꼬뜨로띠는 시라 품종으로 빚은 론 지역 최고의 레드와인이라 일컬어진다. 그런데 영화에선 에르미타주 레드가 아닌 화이트가 등장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감독의 의도된 배치로 읽혀진다. 

마지막으로 성 막달레나 성당이 있는 베즐레에서 앤이 마신 ‘도멘 다그노 퀴베실렉스’는 디디에 다그노라는 유명 양조자(지난 2008년 52세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가 빚은 루와르 밸리의 대표 화이트 와인으로 소비뇽 블랑 품종으로 빚은 포도주다. 영화에서처럼 남부 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모두 한번쯤 찾아서 마셔볼 만한 좋은 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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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ilahn 2019-03-08 21:52:25
정말 멋있는 여행입니다. 또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