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철 BNK경남은행장 지난주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동참
버려진 플라스틱이 생태계 통해 인류를 역습하는 상황 도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1860년대 영국의 상류층에선 당구가 유행했다고 한다. 당연히 당구공의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공의 소재는 아프리카의 코끼리로부터 얻는 상아. 각종 귀중품 수요를 맞추기에도 부족한 상아로 당구공까지 만들어야 하니 당구공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구공의 대체 물질로 등장한 것이 플라스틱이다. 1869년 미국의 인쇄공이자 발명가였던 존 웨슬리 하이엇이 폭발력이 없고 작업하기 쉬운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는 셀룰로이드를 발명한 것이다. 이어 1907년 뉴욕의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가연성이 높았던 이 물질을 한 단계 발전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값싼 플라스틱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플라스틱은 쓰임새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데 아크릴, PVC 등 딱딱한 성질을 잘 활용한 물질의 개발이 이어졌고 나일론은 의류 제작에 응용된다. 또한 아크릴은 비행기 창문, 플리스타렌은 장난감과 타일, 라디오 등의 전자제품 외형에 사용됐고 PVC는 파이프와 호스 절연체 등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를 찾은 값싼 물질은 1930년대 석유를 원료로 삼으면서 주요 산업의 핵심 성장부문으로 자리하게 된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1945년 이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매 12년마다 2배씩 성장했다. 특히 1970년대에 이르면 알루미늄, 구리, 납, 아연 생산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생산되기에 이른다.

산업적 유효성으로 각광받던 플라스틱이 쓰레기 문제로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통계학자들이 지난해 뽑은 ‘올해의 통계’ 숫자는 90.5.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생산돼 사용되고 버러진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지 않은 비율이다. 즉 9.5%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진 모두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92년 전 세계 해변 쓰레기의 60%가 플라스틱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 수치는 20여년이 흐른 오늘날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태평양에는 미국 대륙의 두 배쯤 되는 면적의 플라스틱 섬이 떠있고 대서양 한가운데에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플라스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통계를 내는 기관 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98.2kg을 소비하고 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는 132.7kg을 사용하고 있고, 2위인 미국은 93.8kg을 사용한다고 한다.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통계 수치를 보자. 우리가 연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배출량이 260억개. 이는 국민 1인당 510개에 해당한다. 즉 매일 1.4개의 플라스틱컵을 한번 쓰고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플라스틱 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 결과 플라스틱프리 챌린지가 꼬리를 물고 유명인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황윤철 BNK경남은행장도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이용은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부터 실천한 작은 움직임이 연대로 확산돼 일회용품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에서 깨끗한 지구로 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챌린지에 동참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향상시키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 오명을 벗어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생태계의 흐름을 따라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대책이 더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사용자인 우리가 플라스틱을 멀리하는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금융인들이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금융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물품에 대한 폐지도 적극 권유해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에도 플라스틱 성분이 코팅돼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