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황호봉 ISA일임운용팀장

우리은행 황호봉 ISA일임운용팀장

투자와 투기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는가.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고민일 것이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전문가의 행위는 투자라고 여겨지고, 일반인의 행위는 투자일 수도 있고 투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접 돈을 굴리기 보다는 펀드에 마음을 푹 놓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주식을 사더라도 펀드매니저가 전체 포트폴리오 비중의 20%를 샀다면 흔히들 말하는 철저한 리서치와 강한 확신에 기반한 ‘투자’라고 하는 반면, 이제 막 군대에서 제대한 대학생이 한 종목에 많은 돈을 밀어 넣었다면 ‘투기’라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펀드 매니저는 산업 분석과 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이 속한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고, 기업의 분기별 실적을 샅샅이 훑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도 성에 차지 않아 실제로 회사를 방문해 사장 및 주요 임직원 들과 회사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도 장시간 나눴을 것이다. 반면 이제 군에서 제대한 대학생은 어떨까.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모아 투자자금을 조금 마련했지만 큰 목돈은 되지 않아 소위 말하는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후배들 밥도 사주고 부모님께 손도 벌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목돈 마련을 위해 증권사를 방문하다가 우연히 얻은 정보에 과감하게 베팅했으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만약 서툴지만 회계 만큼은 자신 있는 대학생이 6개월여간 주식동아리 친구들과 공을 들여 고르고 고른 종목에 어렵사리 모은 돈을, 그것도 많이 투자를 했다면, 반대로 펀드매니저는 예고 없이 퇴사한 동료의 펀드까지 떠안아 수많은 펀드를 그저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그래도 펀드 매니저는 투자를 했고, 대학생은 투기를 했을까.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학생은 투자를 했고, 펀드 매니저는 투기를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 2>는 ‘펀드는 반드시 오른다’는 웃지 못할 명언을 남겼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 명대사는 펀드 매니저가 원칙대로 투자의 과정에 충실해 시장 대응에 최선을 다할 때에 한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펀드 매니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운용사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거나, 갑자기 바뀐 운용 팀장 및 CIO와의 불화가 이어져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국내외 연기금 및 기관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실사를 중요시 한다. 처음과 같이 원칙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국내 일반 투자자들이 주로 접하는 은행, 증권사의 본사에서도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가입한 펀드가 시장 수익률 대비 조금 이상하다면, 비슷한 펀드는 올라가는데 내 펀드만 오르지 않는다면, 한번쯤 나의 펀드 투자가 ‘투기’로 바뀐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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