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진료 받아도 타사대비 치료비 낮아져
삼성 “판례따라 ‘실손보상’ 명확히 한 것”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이달부터 삼성화재에서 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받는 피해자들은 다른 보험사보다 더 적은 치료비를 받게 된다. 건강보험공단과 피해자 양쪽에 지급할 비용 가운데 피해자의 치료비만 축소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법원 판례에 따라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하기로 원칙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13일부터 배상책임보험의 손해배상금 산정 시 피해자의 치료비 합의금 계산방식을 변경했다.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과잉 지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해배상금은 배상책임보험 가입자가 타인에게 신체, 재물 등의 손해를 입혔을 경우 보험사에서 그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금액이다. 피해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과실비율에 따라 치료비 합의금이 정해진다.

다만 피해자는 보험사에서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이에 보험사들은 총 진료비에서 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의료보험 적용분)을 먼저 제외하고 최종 합의금을 결정한다. 추후 건보공단이 미리 지급한 공단 부담금을 보험사에 청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제 치료비가 1000만원(급여 700만원, 비급여 300만원)이고 건보공단 부담금 400만원, 과실비율 40%로 가정하면<표 참조> 삼성화재를 제외한 보험사들은 1000만원에서 공단 부담금 400만원을 뺀 600만원을 실제 부담할 치료비 금액으로 본다. 여기서 가해자 책임인 60%를 적용한 360만원이 최종 합의금이다.

반면 삼성화재는 치료비를 급여치료와 비급여치료로 나눠서 계산한다. 먼저 급여 700만원에서 가해자의 책임(60%)을 적용한 다음 공단 부담금 400만원을 뺀다. 여기에 비급여 치료비 300만원에도 똑같이 가해자 책임을 적용, 두 값을 합산해 200만원을 최종 합의금으로 정한다. 새마을금고공제도 이와 비슷하게 합의금을 정하고 있다.

즉, 피해자는 똑같은 병원 진료를 받아도 삼성화재나 새마을금고공제에서 다른 보험사 대비 더 낮은 합의금을 받게 된다. 다른 보험사들이 삼성화재 방식으로 치료비 계산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턱없이 낮은 합의금에 납득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민원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판례에 따라 치료비 계산방식을 변경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배상책임보험은 실제 발생한 손해(실손)만 보상하는 게 원칙인데 타 보험사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실제 의료비보다 더 많은 합의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정당하게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변경한 것일 뿐 축소 지급하는 건 아니다. 타 보험사가 민원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이중 지급(초과 지급)하는 것”이라며 “만약 다른 보험사처럼 합의금을 산정할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책임보다 더 큰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합의금 계산방식은 건보공단이 보험사에 100% 구상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피해자에게 건보공단 부담금을 제외한 치료비를 지급한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들도 이론상으로 틀린 부분은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건보공단은 모든 의료비에 대한 공단 부담금을 보험사에 구상하지 않는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했는지 여부를 병원 차트만 봐서는 알 수 없어서다. 만약 건보공단이 구상 청구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미리 떼어간 치료비는 고스란히 수익이 된다.

피해자와 병원의 모럴해저드도 유발할 수 있다. 삼성화재의 합의금 계산방식은 급여치료를 받을수록 합의금이 더 낮아진다. 피해자가 과실에 따라 받아야 할 치료비가 공단 부담금보다 적을 수 있어서다.

만약 총 치료비(급여) 700만원, 공단부담금 400만원, 과실비율 40%라면 삼성화재에서는 ‘700만원 × 60% - 400만원’인 20만원만 합의금으로 주면 된다. 과실비율이 50%면 피해자는 합의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가 300만원을 더 주고 불필요한 비급여치료를 받는 편이 더 많은 합의금을 타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공단 부담금과 피해자 합의금 둘 중에 하나만 줄이면 전체 손해배상금액을 아낄 수 있다”며 “삼성화재는 법률상 건보공단의 구상권이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보다 더 우선한다는 판례로 피해자의 합의금을 축소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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