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배당금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높아져
대부분 비상장으로 지주‧오너기업만 수혜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경영 악화에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며 대주주인 지주사나 오너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6곳(신한‧비씨‧KB국민‧삼성‧현대‧롯데)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총 856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총 배당액인 1조1187억원보다 23% 이상 감소한 수준으로, 지난 2017년(9550억원)보다도 1000억원 가까이 낮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전년보다 43.7% 감소한 3377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의결했으며 현대카드도 전년 대비 45.8% 감소한 308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 비씨카드는 중간배당 220억원을 포함해 총 84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보다 12.4% 감소한 수준이다.

배당규모가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세 곳이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각각 11%, 3.8% 늘어난 2000억원, 1708억원의 배당액을 확정했다. 롯데카드도 지난 26일 전년보다 55% 증가한 336억원 규모의 배당을 의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적인 배당규모가 작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의 배당성향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배당을 실시한 카드사 중 배당성향이 감소한 곳은 없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 대비 과도한 금액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주주에게 돌려주고 있다.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해 87%의 배당성향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2%포인트 이상 올랐으며,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배당성향도 49.5%로 전년 대비 7%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65%, 60%의 배당성향을 보이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카드도 롯데그룹이 배당성향을 30%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지난해(39%)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업황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대주주인 모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업계 카드사는 대부분 금융지주나 오너기업의 주력 계열사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경우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삼성생명(71%), 비씨카드는 KT(69%), 롯데카드는 롯데쇼핑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카드 외에 상장한 카드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금 대부분이 대주주인 지주사나 오너기업에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지주사나 오너기업 내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운영자금 마련을 담당을 하고 있다”며 “대주주인 지주사가 자본관리를 위해 카드사에 높은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사들이 배당성향을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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