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인상요인 맞지만 다양한 요소 살펴야”
손해율 악화·정비수가 재계약 등 추가인상 부담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자동차보험의 원가 상승 요인인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노동할 수 있는 나이) 상향에도 보험료 인상은 논외가 될 전망이다.

보험사마다 정비수가 인상, 손해율 악화 등을 이유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준비를 마치면서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 상향(60세→65세)을 빠른 시일 내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표준약관 개정에 따른 보험료 인상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특수보험팀 관계자는 “가동연한 상향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보험료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보험료는 원가 외에도 사업비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법률적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 금감원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선에 나서는 것도 대법원 판결(65세)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취업가능연한(60세)의 불일치 때문이다.

가동연한이 늘면 손해보험사는 기존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전까지 보험사들은 임금 근로자가 아닌 무직, 학생, 주부 등이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 혹은 장해를 입을 경우 표준약관에 따라 만 60세를 기준으로 소득상실 분을 보상해왔다.

앞으로는 약관에 따라 60세를 기준으로 한 합의금을 제시하더라도 피해자가 불복해 소송하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65세 기준의 합의금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즉 노동가능 연령이 5년 늘어나는 것은 자동차보험료의 원가 인상 요인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은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연간 1250억원의 교통사고 보상금이 추가로 지급될 것이라 분석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는 1.2% 인상요인이 있다고 봤다.

손보사들은 이번 표준약관 개정이 당연히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상 혹은 인하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뺑소니 운전자에 대한 사고부담금을 부과토록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표준약관(대인 300만원, 대물 100만원)이 변경되면서 보험사마다 0.05% 내외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렸다.

지난 2017년에는 자동차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을 대폭 인상(사망위자료 4500만원→8000만원)하는 내용의 표준약관 개정이 이뤄지면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가 평균 0.7% 올랐다.

문제는 가동연한 상향 외에도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일제히 올렸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악화에 따라 7~8%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3~4% 수준의 인상에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정비요금 재계약으로 올 하반기에는 보험료를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보험료 조정을 통제받고 있다”며 “현실적인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한 보험료 조정이 이뤄져야 시장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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