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없어도 소액 후불결제 가능
170조 규모 체크카드 시장 잠식 우려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같은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소액후불결제업을 허용해주면서 카드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170조원에 이르는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면서도 당장 신용카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통해 핀테크 결제사업자도 소액 범위 내에서 후불결제가 가능하도록 ‘소액후불결제업’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 기준을 충족해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핀테크 사업자는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용카드업 라이선스가 없다. 때문에 현재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본인이 등록한 계좌 잔액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했으며 자금 부족 시 간편결제 이용이 불가능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카드사나 은행과 제휴 없이도 신용카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오는 2분기 시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간편결제 가맹점이 간편결제 이용 고객에게 신용카드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도 개정한다. 

금융당국은 혁신안을 통해 간편결제 규모를 국내 전체 결제시장의 20%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결제시장이 연 100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간편결제 규모는 200조원까지 높아진다. 국내 결제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같은 금융결제 혁신안에 카드업계는 중장기 관점에서 170조원에 이르는 체크카드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들도 소액후불결제 기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카드를 이미 판매하고 있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카드사들도 체크카드에 30만원 수준의 신용공여 기능이 포함된 하이브리드 카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지는 않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이 여전법까지 개정해 간편결제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혜택이 좋다면 체크카드 고객이 이탈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핀테크 결제사업자의 소액 후불결제 허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문제, 대손비용 문제, 결제 대금 관리 및 정보보안 문제와 관련한 관리기준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이 신용카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금융 혁신을 위한 낡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듯, 카드사에 대한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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