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해석심의위, 자본시장법 위반 아니다
“금감원 제재 권한 침범한 월권행위” 지적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를 놓고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제재 방향에 제동을 걸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5일 열린 법령해석심의위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안과 관련해 위원 다수가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이는 기존 금감원의 제재 방향과 반대된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SK 최태원 회장의 개인대출 용도로 사용했으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와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먼저 법령해석을 내놓으며 금감원이 예고한 한투증권 제제안은 힘을 잃게 됐다. 금융위의 법령해석에 금감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고유의 제재 권한을 금융위가 침범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아직 제재를 확정하지도 않았는데, 금융위 내부 기관에서 이러한 결론이 나와 유감스럽다”며 “금감원 제재심에서 한국투자증권에 제재를 내릴 때 이번 법령해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로 넘어가지도 않은 제재 사안에 대해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의 법령해석이 외부로 표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금융위는 제재안이 증선위로 넘어간 이후 금감원의 제재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왔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강도 높은 제재안을 제출할 경우, 증선위에서 결과를 뒤집는데 대한 부담을 느껴 법령해석을 표출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높으면 증선위서 제재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금융위가 한국투자증권을 봐줬다는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금융사의 제재 결과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다툼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는 금융위가 사실상 월권 행사를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제재심 위원이자 법령해석 권한 기구로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안창국 과장은 “우리도 제재심 위원으로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법적해석을 표출할 권리가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법적 해석이 필요해 법령심의위에 자문을 구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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