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2 17:00 (금)
하나은행장 선임에 개입한 감독원이 얻은 것은
하나은행장 선임에 개입한 감독원이 얻은 것은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3.08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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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유도했지만 ‘갑’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진 않아
도덕성 결함 가진 은행, 원칙·원점 더 강조하는 경영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금융권은 감독기관에 본원적으로 발목이 잡혀있다. 국민경제의 혈맥 역할을 하는 은행들은 더욱 그렇다. 영업 행위 하나하나가 간섭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규정과 문서에 준해 행동하려고 하는 게 은행과 금융회사들의 습성이다.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그런 점에서 항상 ‘갑’의 지위를 누리고, 은행과 금융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더 서글픈 ‘을’의 자리를 가지게 된다. 이유는 건강하고 건전한 금융시스템 구축 및 유지를 위해서다.

그런데 ‘갑’은 항상 선이고 항상 정답을 내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수없이 많은 변화와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현대의 공간에서, 그것도 매일같이 새로운 기준과 근거가 필요할 만큼 변화의 폭이 큰 ‘혁명’의 공간에선 더욱 그러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는 사회현상을 들쳐보면 더욱 갑이 선이고 정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KEB하나은행장 선임을 두고 금융위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두고 벌어졌던 힘겨루기의 연장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함영주 은행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갈등은 봉합된 듯 보이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감독기관이 언질을 통해 은행장 선임 절차에 개입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법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사안을 그 기준으로 삼은 점은 더욱 그렇다. 어찌됐든 감독기관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감독당국의 시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설정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직접적으로 말해 새로운 금융 혁명의 시기에 걸맞은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정도. 그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그래서 되도록 거의 모든 은행의 은행장이나 지주사 회장을 연임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

세대교체 과정은 필연적으로 기존 문화와 다른 시선을 갖게 한다. 갈릴레오의 망원경이 없었다면 완벽한 구체로서의 달이 갖고 있던 이미지는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르네상스기 피렌체의 화가들이 소실점 개념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원근법이 회화에 도입되는 시기는 더욱 늦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세대교체는 IT와 모바일, 그리고 국제금융이 핵심일 듯싶다. IT에 더 친숙하고, 모바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국제 금융에 밝은 인물들. 이들이 앞으로의 금융권 리더로 성장할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과정이 거칠다. ‘관치’라는 단어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정말 승자일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갈등과 마찰은 역사에서 필연이다. 발전이 새것과 옛것 사이의 갈등을 겪지 않으면서 일어난 경우는 전무하다. 하지만 파열음이 나오면 성과는 반감되기 십상이다.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에 반듯이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은행들은 원점에 충실해야 한다. 위치가 ‘을’인 것도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금융회사들은 불공정과 부패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물러난 리더들의 잘못이기도 하겠지만, 조직의 문화가 그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나간 ‘CEO리스크’로 치부할 수가 없다.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나 과정을 보여주면 고객들이 은행과 금융회사를 더 신뢰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이 단어들이 강조될수록 그렇지 않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들춰내기보다 ‘정확’이라는 객관적 이미지를 강조해 그 속에서 정직과 신뢰의 감성 이미지를 획득해야 한다. 그래서 더 원칙과 원점을 강조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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