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이름빌려 계약후 해지하면 500만원 부당이득 안내
타 설계사 명의까지 활용 제시…판매채널 내부통제 '미흡'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GA)을 대상으로 가짜계약을 만들어낸 정황이 뒤늦게 포착됐다.

지인 명의를 빌려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치아보험에 가입하고 14개월 뒤 해지하면 50만원의 수입을 설계사에게 쥐어준다. 설계사 시책(판매 인센티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가짜계약으로 판매고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시도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삼성화재는 GA를 대상으로 자사 치아보험 상품인 ‘덴탈파트너’를 이용해 가짜계약을 만드는 방법을 배포했다.

방법은 이렇다. 설계사는 주변 지인이나 가족의 이름을 빌려 월 보험료 10만원의 덴탈파트너(10년 만기, 10년 납입) 상품 10개를 가입시킨다.

삼성화재는 치아보험 10개를 체결한 대가인 판매수수료로 총 984만원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지점시상 200만원, 인보험 시상 250만원, 추가시상 200만원 등의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더 준다.

해당 설계사는 꾸준히 보험료를 내다 14개월 차에 모두 해지한다. 해지 시 발생한 환급금 266만원과 판매수수료 등을 합하면 총 1900만원이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다.

반면 14개월차까지 설계사가 낸 보험료는 1400만원(10만원×10개×14회차)이다. 가짜계약 10개만 체결하면 앉은자리에서 500만원의 부당이득이 생기는 것이다.

그간 가짜계약을 통한 부당이득 수취는 보험사와 GA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 일이다.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해 GA에 돈을 퍼주는 방식이다.

다만 통상 설계사가 아무리 가짜계약을 많이 체결한다 해도 해지 시점까지 받는 인센티브 및 환급금과 보험료로 낸 돈의 차액이 이정도로 크진 않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중론이다.

보험사들도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가 가짜계약을 체결할 명분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계약은 실적만 부풀릴 뿐 보험사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업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삼성화재는 설계사가 부당이득을 챙기도록 하기 위해 다른 설계사의 코드까지 사용하도록 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에서는 한 설계사당 치아보험 판매를 5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치아보험 10개를 판매하려면 다른 설계사의 코드까지 이용하라고 안내한 것이다.

설계사 코드는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다수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주어진 일종의 자격이다. 일선 지점에서는 매월 실적을 내지 않는 설계사일지라도 쉽게 해촉하지 않는다. 당월에 판매할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남의 코드로 가짜계약을 체결하려는 거다.

보험업계는 이번 삼성화재의 가짜계약 유도가 금융감독원의 시책 경고가 느슨해진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보험사가 GA에 제공하는 시책의 적정선을 초회보험료의 250% 이내로 구두 권고했다. 매월 보험사들이 GA에 쓰는 시책비 수준까지 제출할 것도 지시했지만 해가 지나면서 이를 지키는 보험사가 많지 않아졌다는 후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시상 과다자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확인한 결과 한 지점장이 허가받지 않은 자체 시상을 운영했다”며 “즉시 시상중지 조치하고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 삼성화재는 모집질서 관련 제도를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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