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초고령화로 상속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며 금융시장과 가계자산 구성이 크게 변화하고있다. 일본의 연간 상속규모는 약 50조엔으로 고령화 진전과 함께 매년 1조엔씩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60세 전후의 연령대에서 상속자산과 퇴직일시금으로 보유자산이 현저히 증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가증권 등 금융상품 보유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급속한 자산 증가는 리스크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일본 단카이세대가 고령층에 편입되면서 일본 가계의 리스크자산 보유비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단카이세대를 중심으로 고령화와 가계자산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의 상속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40% 미만까지 하락했다. 부동산의 현금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고령층의 가계자산 구성이 금융자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80대가 60대에게 상속…고령층 부의 쏠림 심화

일본은 초고령화로 피상속인은 물론 상속인의 고령화도 심화되고 있으며 상속자산 이전도 대부분 60대 이상의 세대에 집중되는 소위 ‘노노(老老) 상속’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상속이 고령층 내부에서만 이전됨에 따라 세대간 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고령층의 결정장애로 인해 자산이 동결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본 80대 이상의 피상속인 비중은 1989년 39%에서 2013년에는 68%로 급상승했고 상속·증여로 택지를 취득한 세대주 연령도 2003년 60.6세 2008년 62.6세로 크게 상승했다.

더구나 일본의 50대 이하 젊은 세대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아 자산형성에 제약이 큰 상태로 고령층과 젊은 세대간 보유자산액의 차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곽영훈 연구위원은 “일본은 최근까지 60대에 자산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단카이세대가 60대에 해당됐기 때문에 더욱 뚜렷이 나타난 현상”이라며 “반면 60대의 가계자산을 100으로 환산할 때 40대의 자산은 1994년 54.7에서 2014년 40.9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세대간 자산격차 확대는 상속자산의 형태, 거래 금융기관, 상속인의 자산상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속인의 금융행동 변화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단카이세대의 자산 증가는 상속분의 영향이 크고 이 세대가 단카이 주니어세대로 상속을 진행하는 2030년 이후 상속시장의 재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지난 20여년간 초고령화의 진행과 고령화에 따른 가계자산의 규모·분배·구성의 변화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베이비부머 이후의 출산율 저하 등이 반영되면서 2020년을 경계로 변화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2035년에는 고령화 속도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가계금융자산의 고령층 집중 현상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곽영훈 연구위원은 “단카이세대의 상속이 일단락된 2020~2035년까지는 상속시장의 확대 속도와 가계자산의 변화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상속을 통한 자산증가로 단카이세대의 투자상품의 보유비중이 증가하고 자산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됐으며 이는 전체 가계자산 중 투자상품의 비중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日, 15년뒤 유가증권 절반을 초고령자가 보유

단카이세대의 생애주기는 일본의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이들의 자산형성은 일본 가계자산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단카이세대는 전연령대에서 다른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에 맞는 전형적인 자산형성·축적의 행태를 보이지만 동시에 리스크 선호도, 소비·저축 성향 등에서 이 세대만의 특징도 보인다.

2014년을 기준으로 일본 총 인구의 5%에 불과한 단카이세대는 보유 금융자산 219조엔으로 전체 가계금융자산 1781조엔의 12.3%를 차지해 영향력이 극대화됐다.

단카이세대의 포트폴리오 결정은 일본 고령층의 자산변동의 결정요인이 됐고 이들의 금융자산구성이 일본 전체의 가계자산 구성과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단카이세대는 다른 세대를 비교해 30대 후반까지는 타 세대 평균보다 저축률이 낮았지만 40대 전반부터 평균을 상회하고 40대 후반부터는 세대당 금융자산이 타 세대들보다 높아졌다. 이들이 60대에 들어서면서 리스크자산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며 70대에도 높은 수준의 가계금융 자산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연구위원은 “저축률 상승으로 40대 후반부터 단카이세대의 금융자산규모가 다른 세대들을 앞서가기 시작했고 세대 전체로는 4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 금융자산 보유액이 다른 세대와 비교해 계속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카이세대가 후기고령층에 편입되는 시점인 2020~2035년은 인구구성상 일본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완만해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고령화와 가계자산의 고령층 집중 현상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은 가계저축률 제로 시대에 진입함으로써 가계 금융자산의 대부분이 저축이 아닌 유가증권의 가격상승 등 가격 요인에 의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증권의 고령층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서 2035년에는 유가증권의 50%를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보유할 것으로 예측돼 이들의 리스크자산 비중 증가를 억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곽 연구위원은 “2035년에는 일본 후기고령자의 최대 30%가 치매환자가 될 가능성이 예측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신탁상품으로 자금이동을 유인하는 등 정책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정책당국은 젊은 세대의 자산형성으로 관심을 돌려 이들의 임금소득 증대, 금융자산형성을 지원할 세제 등 제도 마련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韓 고령화, 부동산 편중∙가계부채 해결이 관건 

한국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일본과 유사한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일본에 비해 고령화 진행속도가 낮아 금융자산의 구조도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인구 구성은 일본에 20년 정도 후행하고 양국간 베이비부머의 연령차가 10세 정도임을 감안하면 2025~2035년경 고령층의 자산집중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 65세 이상 세대비중이 2025년 28.3%, 2030년 33.9%가 될 것으로 전망돼 2025~2030년경 고령층의 금융자산 보유비중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층은 일본에 비해 자산축적도가 낮고 가계부채의 부담도 커 일본처럼 금융자산의 고령층 집중현상이 심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7년 현재 금융자산의 최대 보유층인 50대가 10년 후 고령층에 포함돼도 10년 후의 60대 이상 고령층의 자산이 50대를 능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실물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일본도 가계자산에서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40%를 하회하지만 국내는 그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며 “금융자산 집중문제보다 실물자산의 현금화 및 금융자산화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금융자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8.1%에 달할 정도로 금융자산의 축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아직까지 금융자산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으며, 국내 가계는 가계부채의 부담이 커 실제 순금융자산의 규모는 여전히 적은 편이다.

특히 현재 60대의 가구당 순금융자산은 30, 40, 50대보다도 낮고 사회보장이나 연금대체율도 현저히 부족해 이들의 금융자산 집중도는 크게 높아지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20년에 걸쳐 분포해 금융자산의 고령층 집중 현상은 다소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령층의 금융자산 부족과 과도한 실물자산(부동산) 비중은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곽 연구위원은 “국내는 향후 고령층에 편입될 40~50대도 소득대비 금융자산의 규모가 크지 않아 향후 고령층의 금융자산 부족문제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물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은 국내 자산구조의 특성상 실물자산의 금융자산화를 원활히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며,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해야 고령층 내부의 격차 확대를 억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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