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KB·메리츠 등 상위사 중심 마케팅 경쟁 ‘눈살’
보험료 오를까…“경증치매 진단비 고액화와 마찬가지”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이제 암보험에 가입하면 갑상선암에 걸려도 3000만원을 준다.

불과 작년만 해도 일반암 진단비의 300만원 내외에 불과했던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이 올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유사암 진단비를 활용한 손해보험사의 마케팅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 상위 4개사에서는 이달 보험상품에서 유사암 진단비를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한 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이후에는 가입할 수 없다며 판매채널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이후 상품 개정이 이뤄지면 암 진단비에 대한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오른다는 식의 절판 마케팅이 더해져 일부 보험사가 유사암 진단비를 올리자 다른 보험사도 따라 올리는 등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유사암이란 암으로 분류되지만 발병률이 매우 높은 대신 치료비는 적게 드는 질환을 말한다. 통상 기타피부암, 갑상선암, 대장점막내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 진단비 등이 속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사암 진단비를 가입할 수 있는 보험 가입금액은 일반암 진단비의 10% 내외에 불과했다. 일반암 진단비를 3000만원에 가입하면 300만원으로 가입금액을 제한하는 식이다.

이유는 치료비가 적게 들어서다. 현재 암 치료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 정책에 따라 병원에서 암 진단에 따른 검사, 수술 등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진료비가 적다.

개별적으로 보유한 실손의료보험을 적용할 경우 실제 필요한 병원비는 더 낮아진다. 건강보험의 급여 적용 이후 진료비에서 약 10~20%에 해당하는 병원비만 내면 된다. 이 경우 진단, 수술에 항암치료까지 병행하더라도 실제 병원비는 300만원마저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유사암 진단비의 가입금액이 높아지는데 따른 보험가입자의 과도한 초과이익 발생을 우려한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치료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보험사들이 너무 높은 보험금을 준다는 점에서다.

보험금 지급이 과도해지면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의 가능성도 다분하다. 당장 다음달 보험사들의 상품 개정에서 유사암 진단비의 보험료를 올리는 이유도 유사암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너무 많아서였기 때문이다.

이는 갑자기 가입금액이 상승하는 등 ‘특판’, ‘절판’ 등의 이슈를 활용하지 못한 가입자뿐만 아니라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불이익이 된다.

보험사들도 보험금 지급 리스크를 고액의 유사암 진단비를 오래 유지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독립보험대리점(GA)이 성장하면서 진단비 담보를 활용한 일시적인 마케팅 경쟁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관계자는 “사람(人)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사에서는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 3000만원은 리스크 측면에서도 절대 인정될 수 없는 금액”이라며 “최근 손보사들이 작은 치매에도 고액의 보험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GA 판매로 한 달 실적이 판가름나다보니 무리수를 둔 것. 절대 소비자를 위한 진단비 상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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