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05:00 (목)
글로벌·모바일시대 DNA에 맞춘 질서 만들자
글로벌·모바일시대 DNA에 맞춘 질서 만들자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3.2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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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금융인에게 시대에 걸맞은 ‘기준’ 만들 것 요청
여신시스템 새로 만들고, 중소중견 기업 지원용 마중물도 확대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기준과 표준은 시대를 반영한다. 상이한 계층과 계급의 다양한 고민들이 시장 혹은 광장에 모여 용광로에서 쇳물 녹이듯이,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 내면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표준과 기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대가 변하면 기준점도 변경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변화된 기준점에는 당대의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들어가 시대를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기존 질서에 익숙한 구성원들은 기준을 새로 세우는 혁신과 변혁을 두려워 하기 마련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변화가 두려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공포가 일어나기도 한다. 혁명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8세기 이래 역사적 변동이 있을 때마다 갈등과 마찰을 빚은 사건들은 모두 이러한 심리적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핀테크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모바일과 인터넷 기기에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에 대해 의심할 사람은 전혀 없을 듯싶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수년전부터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의 메시지를 통해 자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주 금융인과 기업인이 모인 ‘혁신금융비전선포식’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공간에서 필요한 기준을 금융인들이 적극적으로 바꿔나갈 것을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현재에 맞춰 기준을 새로 만들어달라’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동맥이, 제4차 산업혁명 속에서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선 20세기 후반 제조업 시대에 맞춰 마련돼 있는 기준으로는 안 되니, 잣대를 바꿔 지금의 눈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제빛을 볼 수 있고, 제빛을 봐야 아이디어의 가치가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기술발전으로 ‘내 손안의 은행’이 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금융서비스가 국민의 삶과 매우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는 것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물리적 거리는 획기적으로 가까워졌지만 “꿈과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기업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아직도 높다”라는 것이다. 여신심사가 부동산 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로 이뤄지는 지난 세기의 관행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해줄 것을 대통령은 주문하고 있다. 기계, 재고,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과 채권,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을 포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와 함께 기술평과와 신용평가를 통합한 ‘통합여신심사모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혁신기업에 대한 충분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12조원으로 성장지원펀드의 규모를 늘리고 운영방식도 개편하는 한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춰 모험자본 투자에 걸림돌을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자금도 충분히 공급한다는 비전도 함께 공포했는데, 이에 따르면 향후 3년간 12조5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이 주력산업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통령의 주문과 지원약속은 “금융이라는 동맥이 잘 뚫려 있어야 혁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고동칠 수 있다”라는 대통령의 워딩 속에 잘 녹여져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달려온 은행과 금융회사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긴 듯싶다. 글로벌과 모바일의 공통점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DNA라고 할 수 있는 ‘노마드’다. 이 DNA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환경은 굳이 대통령이 주문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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