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이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 인력 디지털 유목민화를 추진한다. 디지털 유목민은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첨단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시공간 제약 없이 수익을 얻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6일 서울 중구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산업에서 글로벌과 디지털로 향하는 변화와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디지털을 담당하는 인력들은 디지털 유목민이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유목민화가 시현된다면 고객 전이는 상당부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진 행장은 디지털 기업 전환을 위해 채용방식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그동안 상경계 출신자를 채용한 뒤 IT부문에 배치해 디지털 인재로 양성해왔다면, 앞으로는 IT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고 영업점에 배치해 개발자가 직접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현재 디지털 부문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은 본인의 능력에 의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동에 의해 남아 있는 것”이라며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하려면 IT에 대한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 그들이 직접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개발을 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T개발부서와 디지털 부문의 사무실을 없애 에자일(Agile) 조직문화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진 행장은 “현업에서 개발을 논의해 개발 부서에 전달하면 개발부서에서 요건 정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재 현업에서는 요건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바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개발자가 현업에 배치돼 직접 요건 정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에자일 개발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IT, 디지털 부문 직원들이 모두 현업 부서에 배치된다면 에자일 개발론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기축통화국과 신흥국가에 각기 다른 전략을 실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다.

진 행장은 “글로벌을 얘기할 때 몇 개국, 몇 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고 내세우는 시대는 지났다”며 “성장 가능성 높은 곳에 집중 투자해 그 지역에서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외국계은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에는 더 과감한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진 행장은 “베트남의 경우 한국계 은행끼리 경쟁하는 것보다 베트남 로컬 뱅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형태와 규모를 갖출 것”이라며 “베트남은 의미 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호(SOHO) 부문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올해 초 소호본부를 신설한 바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금리도 지난달 0.2%포인트 인하해줬다.

진 행장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2년 전부터 소호사관학교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호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한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작년부터는 지방을 순회하며 지방 소호 자영업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드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 행장은 취임식을 통해 임직원에게 ▲업(業)의 본질에 대한 혁신 ▲고객중심 ▲신한문화와 자긍심을 강조했다.

진 행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가 산업구조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며 “경직된 사고와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지우고 빠른 속도(Speed)와 변화에 맞는 민첩성(Agility), 폭발적인 순발력(Quickness)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인사정책 추진도 약속했다.

진 행장은 “능력중심 평가와 적재적소 인력배치로 공정한 인사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지원하고 현장을 최우선에 두고 직접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