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8 12:50 (수)
[응답하라, 우리술12] 옹기 빚으며 소주 내리는 윤두리공방 이윤 대표
[응답하라, 우리술12] 옹기 빚으며 소주 내리는 윤두리공방 이윤 대표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4.0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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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80%는 숙성에 있다는 우곡 선생 말 따라 항아리 빚어
지난해부턴 최신형 동증류기 설치해 전통소주 본격 생산중
도자기를 빚다 전통주 매력에 빠져 항아리를 빚고 있는 윤두리 공방 이윤 대표.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고급형 동증류기를 도입해 전통 소주를 내려 자신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고 있다.
도자기를 빚다 전통주 매력에 빠져 항아리를 빚고 있는 윤두리 공방 이윤 대표.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고급형 동증류기를 도입해 전통 소주를 내려 자신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도자기를 빚다 우리 술의 매력에 빠져, 조선의 명주를 배우게 되고 그 덕에 대표적인 우리 술의 숙성 도구인 옹기에 빠져 도자기에서 질그릇으로 인생길을 갈아탄 장인이 한 사람 있다. 조선 8도의 붉은 흙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 도회지를 벗어나 충주의 도자기 마을에 터를 잡고 옹기장이 인생을 살다가 뒤늦게 소주까지 내려서 그 옹기에 담아 세월을 같이 보내고 있는 장인 이윤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전통주 업계에서 그의 옹기는 프로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술이든 장이든 시간과 긴 여행을 떠나야 하는 숙성의 공간에서 그의 항아리는 효모가 할 몫을 다 이끌어냈던 모양이다.

써 본 사람은 그 효용을 체감하고 부리나케 다시 주문해야 했고, 소문을 듣고 주문한 사람은 그의 손길이 바빠지기만을 기원하면서 옹기 받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그렇다고 대책 없는 예술가의 고집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휴식을 가지면서 옹기를 빚고 싶은 그의 장인정신이 최근 원칙을 더욱 강조하게 됐을 뿐.

이윤 대표가 술을 만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당시 조선의 마지막 궁인들이, 궁궐의 술이자 서울의 대표술 ‘삼해주’를 빚는 것을 접하고 전통주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술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 당시의 상궁들은 생존해 있지 않지만 자신의 은사만은 아직 생존해 계셔 1년에 한 번 집은 자신의 삼해주를 맛보여 드린다고 한다.

그렇게 맺은 전통주와의 인연은 결국 배상면 선생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2006년경 상업양조에 뜻을 둔 이 대표는 우곡(배상면의 호) 선생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이 길이 그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변곡점이 돼 버렸다고 그는 말한다.

선생에게 도자기를 빚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우곡 선생은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증류주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올 텐데 그 때를 대비해서 자넨 항아리를 빚도록 하게. 좋은 술은 발효가 20%, 그리고 숙성이 80%라네”

윤두리공방에서 빚어진 항아리에서 최소 2년을 숙성시킨 소주들은 ‘주향담을’이라는 술도가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다. 알코올 도수는 25도와 41도, 그리고 55도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윤두리공방에서 빚어진 항아리에서 최소 2년을 숙성시킨 소주들은 ‘주향담을’이라는 술도가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다. 알코올 도수는 25도와 41도, 그리고 55도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말 끝에 이 대표는 세계적인 명주를 숙성시킬 수 있는 옹기 빚기의 길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숨을 쉬는 옹기는 흙의 선택부터, 건조 및 가마에서 굽기까지 도자기와는 다른 세상을 그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그 덕에 몇 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11년에서야 충주의 도자기마을에 ‘윤두리공방’을 내게 된다. 그렇게 상업양조가 아닌 상업옹기장이의 길에 나섰지만 그 길 역시 결국은 전통주라는 지점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는 조그마한 증류기를 사들여 자신의 옹기에 술을 숙성시키면서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독일에서 증류기를 도입해서 본격 양조의 길을 나서게 된다. 돈이 없어 큰 덩치를 구매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수천만원하는 증류기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소주제조면허와 함께 ‘주향담을’이라는 이름의 술도가를 내고 부인인 윤지혜 대표가 경영을 맡도록 했다. ‘주향담을’의 소주는 단양주 막걸리를 빚어 20일쯤 발효 숙성시키고 대략 1년에 8~9번 정도 증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돈 벌 욕심보다는 장인의 긍지에 걸맞은 술을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빚고 싶은 그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현재 상업적으로 내는 술은 대략 옹기에서 2년 정도 묵은 술이다. 최고 많이 묵은 것은 2년7개월 정도. 그런데, 술이 더 오래 숙성된다고 꼭 좋은 술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발효주의 주방문에 따라 증류주의 생명도 천차만별이라는 것. 어떤 경우에는 3년이 지나면 급격하게 술의 맛과 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작업을 ‘미답’의 경지를 개척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도 가지 않아서 기준과 표준이 없는 길, 그래서 자신의 생각대로 술과 옹기를 만들어 최고의 술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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