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임 진옥동 행장, 돈키호테적 ‘발상의 전환’ 주문
IT와 현업 구분 없앤 애자일 업무환경 돼야 혁신 가능 설명

3월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은행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정의를 세우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을 위해 싸우겠다고 원대한 꿈을 꾸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한 인물, 돈키호테. 그는 쉰이 넘은 나이에 깡마른 말과 아둔하면서도 약삭빠른 시종 산초와 집을 나선다. 가능하지 않은 목표에 대해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식을 보였던 중세의 마지막 인간이자 최초의 근대인으로 불리는 돈키호테. 그래서 우리는 그의 미덕을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 정도의 말로 추스를 것이다.

꿈과 희망을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좌충우돌하며 기상천외한 기행을 벌였던 돈키호테의 뮤지컬 버전<맨오브 라만차>에선, 그런 그의 모습을 다음처럼 노래한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돈키호테의 모습을 가장 자세히 함축해놓은 노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돈키호테의 최후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우울증에 빠져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돈키호테. 그런 그를 바라보며 시종 산초는 침대에서 일어나 목동 옷을 입고 들판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패배 때문에 그렇다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라고 해도 침대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돈키호테는 자신에게 부여된 미덕을 내던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돈키호테적인 인물은 시종 산초가 된다. 처음에는 의심하며 기행에 반대했으나 점점 그는 돈키호테가 말하는 인생을 살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돈키호테론

지난주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최고 화두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그러기 위해선 IT인력을 선발해 영업점 사원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 행장이 거듭 강조한 것은 ‘돈키호테적 발상의 전환’이다. 그래야만 변화와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임 진 행장의 의지는 “IT개발이나 디지털 부분의 사무실을 없애버리고 이들을 현업 부서로 배치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발자와 현장을 나누던 칸막이를 걷어내 실질적인 공조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만 노마드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조직 자체가 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애자일 환경이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책임을 묻기보다 빠르게 원인을 찾아 그에 걸맞은 새로운 팀으로 문제에 대처하거나 프로젝트에 대응해야 하는 것.

그래서 진 행장은 ‘애자일 개발론’까지 언급한다. 이와 관련한 신임 행장의 발언을 살펴보자. “현업에서 개발을 논의해 개발 부서에 전달하면 개발부서에서 요건 정의를 요구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아 개발로 이어지기 힘들다.” 이유는 개발부서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현업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솔루션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과 마찰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 개발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돈키호테적 발상은 젊은 직원들만의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새로 선발된 직원들에게만 국한된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조직이 애자일해야 후임들도 그 문화를 공유할 수 있지, 그 역은 성립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는 오랜 세월을 공유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돈키호테가 집을 박차고 나간 나이가 51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국내 은행권의 50대는 퇴직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53세 정도엔 ‘희망퇴직’, 그리고 55세에는 ‘명퇴’를 한다. 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그러면 된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들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그래야 혁신의 효과가 더 나오지 않겠는가. 50대 은행원들에게 돈키호테를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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