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재 실수만 아니면 된다더니…합격률 66% 불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IBK기업은행이 애매모호한 기준의 ‘열린채용’으로 일부 취업준비생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2019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채용에서 금융영업과 디지털 직군에서 각각 195명, 25명씩 총 220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170명을 뽑았던 것과 비교해 50명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기회균등 차원에서 지원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난 2017년부터 채용을 학력, 전공(디지털 직군 예외), 연령 등의 개인정보를 선발 전형에서 점수화하지 않고 면접관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류전형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고자 별도 합격자 배수 없이 회사명 오류기재·분량미달·반복된 답변·표절 등 지원서 내용이 불성실하고 불량하지 않은 전원에게 필기응시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공표, 사실상 ‘적부(적합or부적합 판정)’ 방식을 채택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서류전형에 15~20배의 합격자 배수를 설정하는 것과 차별되는 행보다.

이 같은 기업은행의 ‘열린채용’ 방식에 지난달 15일 마감한 기업은행 2019년 상반기 신입행원 서류전형에는 2만618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발표된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는 전체 지원자 중 66%에 해당하는 1만3천710명만이 이름을 올렸다.

예상보다 많은 불합격자 수에 금융권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합격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블라인드 채용’ 의미 퇴색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빗발쳤다.

IBK기업은행의 2019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서류전형 절차 공고 내용(위)와 금융권 취업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게재된 일부 지원자 후기 댓글 발췌.
IBK기업은행의 2019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서류전형 절차 공고 내용(위)와 금융권 취업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게재된 지원자 후기 댓글 일부 발췌.

한 지원자는 “선발요건에 충분히 해당하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았다”며 “필기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가 서류에서 어떤 부분을 잘못 기재해 떨어졌는지 의문이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하반기 1만5천명 지원에 1만3천명 합격, 올해 상반기 2만명 지원에도 1만3천명 정도가 합격한걸 보니 지원자 모두에게 균등한 필기시험 응시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고 1만3천명의 수치로 맞춰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원자도 “적부 방식에 합격률이 60%라는건 말이 안된다”며 “지원서 내용이 불성실하고 불량한 경우에만 필기시험 응시를 제한한다는 채용 공고와 달리 업무 관련 교육과목 이수 경험과 연령 유추가 가능한 ‘청년’ 확인란이 분명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원자는 서류전형 합격 기준에 대해 기업은행 측에 문의했으나 기업은행은 개개인 모두에게 상세한 심사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채용 전형이라는 것 자체가 적부 방식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별도 합격자 배수가 없고 지원서 내용이 불성실하고 불량한 경우에만 필기시험 응시를 제한한다는 공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이상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류합격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누출할 수 없지만 회사명 오류기재, 분량미달 등 단순한 기준만으로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서류합격 인원이 1만3천명에 맞춰졌다는 것 역시 통계상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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